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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NSSAY/staccato_짧은이야기

[무협 문파 ⑨] 새외무림

by 시구몽 2024. 3.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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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시구입니다.

 

드디어 무림 세계의 문파들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의 끝이 보이네요. 이번 시간에는 새외무림, 즉 중원을 벗어난 외지의 무림 세력들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무협 문파] 새외무림(塞外武林)

개요

'새외(塞外)'란 요새의 바깥, 즉 만리장성의 외부 세계를 뜻하며, 새외무림이란 중화사상에 의거해 중원 변방이나 중국 밖 외국(극단적으로 말해 오랑캐)의 무림사회를 말합니다. 하지만 관념적으로는 중원, 주류, 정부의 행정력이 머무는 범위의 바깥을 의미하게 되는데요. 따라서 배경에 따라 범위가 달라지게 됩니다.

 

무협소설에서 말하는 강호무림이란 개념에는 지리적인 의미와 거리가 없지만, 중원, 다시 말해 중국 대륙에 한정된 사회를 뜻하는 경향이 강한데요. 그러나 무공과 그 무공을 수련하는 사람이 중국에만 있지는 않고, 중원 외의 타국에도 그들만의 전통 무공과 그 수련자들이 존재합니다. 이런 외국의 무림인 사회를 두고 새외무림이라 부르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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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소설의 배경은 대부분 명나라, 청나라 또는 송요금원 등 중국의 전근대를 모티브로 한 가공의 국가인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새외의 범주 역시 명청대를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I. 해동(海東) - 한반도

대표 문파: 장백파/장백산장 등


고려와 조선을 가리키며, 간혹 동영의 일본까지 포함시키는 경우도 있으며,  중국의 무협작품에서는 잘 쓰지 않는 표현입니다. 보통 한국의 무협소설에서 해동의 세력은 고절 심오하고 강력하게 묘사합니다. 해동의 무공은 대개 선도에 기반하며, 일인전승된다거나 하는 식으로 전승자가 적다는 설정을 첨부하는 예가 많습니다.

 

부적 등 여러 도구를 이용한 도술이나, 궁술을 강조하거나, 호랑이와 관련된 무공 등을 주로 사용하는 모습으로 등장하는데요. 그런데 아무래도 적으로 나와버리면 중국인들이 한국인들을 패는 기묘한 상황이 연출되기 때문에 대부분의 경우 적으로 나오지는 않습니다.


II. 동영(東瀛), 부상(扶桑) - 일본

대표 문파: 닌자, 사무라이


일본에는 내공심법(기공)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설정이 많으므로, 사무라이의 검술 역시 내공이 결여된 외공 중심 무술로 봅니다. 따라서 작품 내에서 내공심법의 위상이 높을수록, 그에 비례해 일본 검술의 위상 또한 낮아지는 경향이 있는데요. 다만, 닌자는 내공심법의 유무와는 별개로 은신에 능한 실력 있는 살수(자객)로 간주되곤 합니다.


III. 남만(南蠻) - 베트남, 동남아시아, 대리국

대표 문파: 오독문, 독곡, 남만야수궁


일부에서는 사천성 남쪽, 운남성 등 강남을 가리킨다는 의견도 있지만, 무협소설의 주요 시대배경인 명나라 초기에는 운남성과 강남 모두 중원의 범주에 포함됩니다. 또한 지리적 특징을 보면 무협소설의 남만은 베트남을 포함한 동남아시아 지방으로 해석하는 것이 더 자연스럽습니다.
다만, 송나라 시대에는 아직 운남성이 중원의 영역이 아니었고, 대리국이라는 독립국이 운남성을 지배하고 있었기 때문에 명나라 이전 시대에는 운남성이 남만으로 등장해도 문제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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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족 등 소수민족의 근거지이기도 하며, 지리적으로는 밀림이라는 것이 특징입니다. 남만의 무공은 독공이나 짐승을 조련하는 수법, 또는 짐승의 모습을 본뜬 상형권을 장기로 삼습니다. 북해빙궁과의 대비를 위해 불을 쓰는 경우도 있습니다.


IV. 대막(大漠) - 고비 사막, 타클라마칸 사막

대표 문파: 광풍사, 대막태양궁


몽고와 싸 잡혀서 북적, 서융 취급되는 예도 있습니다. 무협소설 속 대막에서 대표적인 무력 단체는 광풍사로, 쉽게 말해 유목민 노상강도 집단입니다. 사막에서는 매우 강력하지만, 다른 지역에는 그다지 발길을 뻗치지 않습니다. 새외무림 중에서는 가장 존재감이 낮으며, 다른 새외무림 세력이나 마교, 혈교, 배교 등의 하청 조직일 때도 많습니다. 고비 사막, 타클라마칸 사막이 실크로드의 일부이기 때문에 이들 노상강도 집단은 대막을 건너는 상단을 노린다는 설정이 많습니다.


V. 서장(西藏) - 티베트

대표 문파: 포달랍궁

 

소위 라마교라 불리는 티베트 불교의 문파입니다. 다만, 불가의 무공이기는 하나 중원의 불가 무공과는 달리 사악하고 기이하다는 식으로 대접이 영 좋지 않은 편입니다. 라마승의 고수들은 악한 인물로 나오는 경우가 많으며, 심지어 몽고가 중원을 침략해 원나라를 세운 원동력이 라마교의 고수들이라는 설정도 간간이 보이는데요. 이는 대개의 무협이 명 초를 배경으로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2000년대 이후, 한국 무협에서는 이런 클리셰가 제법 줄어든 편이며, 대수인이 가장 잘 알려진 무공입니다.


VI. 북해(北海) - 시베리아, 러시아 극동, 북극

대표 문파: 북해빙궁

 

중국 위쪽에는 바다가 없기 때문에, 무협물에서 말하는 '북해'는 정확한 지리적 위치가 가장 분명하지 않습니다. 중국 역사서 등에 '북해(北海)'라는 단어가 등장하긴 하는데, 이때의 북해는 산둥 반도 북쪽 해역, 다시 말해서 발해만을 가리킵니다.

 

이 동네가 겨울에는 대단히 추워 발해만은 가끔씩 결빙현상이 발생하기도 하지만, 상당히 오래전부터 이미 중화권에 포함되어서 새외로 볼 수가 없습니다. 최소 현재의 몽골보다 북쪽이라는 것은 확실하지만, 바이칼 호 인근일 수도 있고 예니세이 강, 이르티시 강변일 수도 있으며 심지어는 사할린 섬 근처나 북극 근처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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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드물게, 북해에서 '해(海)'란 일반적인 바다가 아니라 눈이 너무 많이 쌓여 바다를 이룬다 해서 '북해(北海)'라 한다는  경우도 있는데요. 이 경우, 북해빙궁은 바다와는 아무 관련도 없는 그냥 설원 위에 위치합니다. 새외무림 중에서도 특히 창작 요소가 강한 문파로, 북해빙궁은 역사적 사실과는 거의 연관이 없는 창작문파이며, 주로 음한빙공이 특기입니다.


VII. 천축(天竺) - 인도

대표 문파: 대뢰음사, 소뢰음사


천축은 새외무림 중에서도 특별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대개 중원무림의 조사 중 하나로 소림사의 달마대사를 꼽는데, 달마대사는 천축 출신입니다. 더욱이 불교의 발원지가 인도이므로, 무수한 불교 무공의 뿌리가 천축에 있다.
그뿐만 아니라, 불교-힌두교의 아수라나 마 같은 것도 인도의 신화나 전설에 바탕을 두고 있으므로, 마공과도 연관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사실이 들어가는 작품은 적고, 대개 몸이 부드러워지고 죽죽 늘어나는 등의 기묘한 공부인 유가, 즉 요가나 뢰음사의 이름대로 번개를 이용한다던가, 차크라가 등장한다던가 하는 기묘한 부분만이 부각되는 예가 많습니다. 뢰음사는 설정에 따라 서장에 존재하기도 합니다.


VIII. 파사(波斯) - 페르시아

대표 문파: 명교, 배교(배화교), 회교

 

중원에서 한참 떨어진 파사는 아예 등장도 하지 않는 경우가 많고, 등장해도 무공이 없다고 설정하는 작품들이 많지만, 김용의 '의천도룡기'에서는 고절한 파사 무공들이 위세를 떨쳤습니다.

 

배화교, 즉 명교의 호교신공인 건곤대나이부터가 이미 파사에서 유래한 것이며, 성화령 신공 또한 파사에서 악명을 떨친 고수인 산상노인(하산 사바흐)이 남긴 절기입니다.


IX. 서역(西域) - 페르시아 및 중동, 서양 등 감숙성보다 서쪽 전부 

대표 문파: 마검사, 마법사, 소드마스터, 바티칸

 

중화권에 바로 옆에 붙어있는 오랑캐인 서융보다 먼 곳을 주로 의미합니다. 설정에 따라 범위가 포괄적인데 인도, 서장, 페르시아에서 중동, 서양까지 포함시키기도 합니다.

 

사실 일본, 몽골처럼 서양의 무공은 내공이 결여되어 있거나, 무공이 존재하지 않는 약체란 옥시덴탈리즘적 설정의 작품이 많았지만, 서양 무술이나 퓨전 판타지 같은 장르에서 마법, 마검사, 신성력 등의 영향으로 서양에도 나름대로 뛰어난 무공이 있다는 설정의 작품도 종종 있습니다. 무공과 별개로 마법사의 마법은 위력적이라는 설정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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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외에도 흡혈귀나 신관이 가끔 나오는데요. 물론 이쯤 가면 정통 무협의 범주를 벗어난 퓨전 무협이라 할 수 있습니다.


X. 몽고 蒙古, 대초원 大草園 - 몽골

대표 문파: 북원

 

몽고의 무공은 사실 그다지 쳐주지 않는 편입니다. 김용의 '사조영웅전'에서 몽고인들은 무공에 무지하기 때문에 기라성 같은 칭기즈 칸의 장수들도 무림인들에게 수난을 당합니다.

 

그러나 몽고가 몽골 제국을 일으켜 중원을 제패하고, 원나라를 세웠다는 역사적 사실을 감안해, 몽고에도 (기마술이나 궁술을 제외하고) 중원의 무공에 견줄 수 있는 뛰어난 무예가 있다고 설정하는 작품도 있습니다. 이런 작품에선 명나라가 세워진 후 원나라의 잔당 북원 세력으로 주로 등장하며, 흑막으로서 원나라 재건을 노리는 무리들이 대부분입니다.


이 외에도 앞서 기타 정파 문파 1부에서 소개해드린 해남파와 보타문 역시 새외무림에 속하는 문파입니다. 해남(海南)은 보통 남중국해·동중국해를 가리키며, 작품별로 하이난성과 대만을 가리키기도 합니다.

 

오늘 소개해드릴 내용은 여기까지입니다. 다음 시간에는 무협 문파의 마지막 시간으로, 신비세력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소중한 시간 내어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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