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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NSSAY/staccato_짧은이야기

[무협 문파 ⑧] 정사지간

by 시구몽 2024. 3.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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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시구입니다.

 

지난 시간에는 사파에 대해 알아보았는데요. 이번에는 정사지간, 즉 정파인지 사파인지 애매한 문파들에 대해 알아볼 예정입니다. 바로 하나씩 알아보도록 하죠.


[무협 문파] 정사지간(正邪之間)

I. 하오문(下五門)

무협물에서 흔히 사파 계열로 묘사되는 문파입니다. 사회의 가장 낮은 계층들이 모여서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 정사 가리지 않고 고객을 받기 때문에 정사지간으로 분류함.

 

하오문의 하오(下五)는 차(車), 선(船), 점(店), 각(腳), 아(牙)의 다섯 직업을 가리킵니다. 각 글자가 의미하는 직업은 다음과 같습니다.

차(車): 마차를 모는 마부
선(船): 뱃사공
점(店): 가게의 사환, 즉 점소이
각(腳): 짐꾼
아(牙): 인신매매업자

 

무력은 흔히 최하위로 묘사되는 경우가 많지만, 생존력과 정보력 등이 뛰어나 사파 모임 중 존재감은 큰 세력입니다. 마교가 사파와 분리되어 있다면, 사파의 지도자는 하오문으로 묘사되는 경우도 많을 정도죠. 정파에 개방이 있다면, 사파에는 하오문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국내 무협 소설에서는 중국 무협의 영향을 받아 하오문이라는 명칭을 수입했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와전되어 많은 변화가 생깁니다. 2010년대 이후, 한국 무협에서 하오문의 오(五)는 더러울 오(汚)로 바뀌는 경향이 있으며, 그에 따라 차, 선, 점, 각, 아의 다섯 직업 말고도 창기, 도둑, 노름꾼 등 사회의 하류층·막장 인생들을 모두 포괄하게 되었습니다.


II. 소요파(逍遙派)

무협소설 '천룡팔부'에 나오는 문파입니다. 김용 소설을 원작으로 한 게임 '김용군협전'의 후속작인 '무림군협전'과 '협객풍운전'에서 주인공이 입문하는 문파로도 등장합니다.

 

'장자'의 소요유 편에서 이름을 따온 도가 계통의 문파이며, 조사(창시인)는 소요자입니다. 소요자는 일생동안 단 세 명의 제자를 두었는데요. 이들이 바로 소요파의 2대인 천산동모, 무애자, 이추수로서 소요자의 일신절기를 전수받았습니다. 천산동모, 무애자, 이추수의 무공은 당대 천룡팔부 시대의 최강급인데, 그 무공을 모두 갖추고 있었다는 소요자의 역량은 어느 정도인지 짐작이 되지 않는 수준입니다.

 

소요파의 무공은 하나하나가 상당한 도가의 학문적 깊이를 반영합니다. 대표적인 예로는 요결에서 '장자'의 소요유편 내용을 직접 언급하는 북명신공, 주역과 팔괘의 원리에 따라 움직이는 능파미보, 불가의 무색무상과 궤를 같이하는 소무상공 등이 있습니다.


III. 도화도(桃花島)

김용의 '사조삼부곡'에 등장해 유명해진 섬입니다. 작품 내에서는 천하오절 중 하나인 황약사가 거주하는 섬으로서, 동해에 떠 있으며, 배를 타고 꽤 멀리 가야 도착할 수 있고, 보도산의 동쪽에 있다는 것으로 묘사됩니다. 남쪽으로 가야 나온다는 식의 묘사도 많이 나오고, 황용이 중국 남방 사투리를 쓴다는 묘사도 나오므로, 남중국해 인근 부속도서일 가능성도 있습니다. 실제 지도상으로 확인해 보면, 절강성 육지와 매우 가까운 섬입니다.

이름처럼 섬 전체에 복숭아꽃이 심어져 있는데, 황약사가 기문둔갑을 이용하여 특수한 배치를 해두었기 때문에 기문둔갑을 모르면 제 아무리 무공의 고수라도 길을 잃고 헤매게 됩니다.



섬에는 황약사의 가족과 제자들 이외에는 하인들밖에 없는데, 모두 천인공노할 죄를 지은 범죄자로 황약사가 혀를 잘라 벙어리로 만들어서 하인으로 부리는 것입니다.


IV. 고묘파(古墓派)

김용의 무협소설 '신조협려'에 등장하는 문파입니다. 전진교의 본산 종남산 한가운데 있는 활사인묘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원래 활사인묘는 왕중양이 은거하던 곳으로, 임조영이 내기로 활사인묘를 얻은 후, 그 안에 은거하게 된다.

임조영에게 제자는 없었지만, 옆에서 시중드는 여자가 있었고, 임조영은 그녀에게 자신의 모든 무공을 전수하여 후사로 삼게 됩니다. 그리고 그 임조영의 제자가 나중에 이막수와 소용녀를 제자로 들였습니다.

 

고묘파 무공의 최고 경지인 옥녀심경의 경우, 먼저 고묘파의 무공에 통달하고, 둘째로 전진교 무공의 핵심을 깨우치고, 마지막으로 전진교 무공의 카운터인 옥녀심경을 수행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V. 독곡(毒谷)

풍종호 작가의 무협소설에 등장하는 세력입니다. 시조는 '경혼기'에 등장하는 천하오패라 불리는 5명의 당대 최강의 고수 중 독왕 곡인도인데요. 그의 후예들이 모종의 한 골짜기를 거점으로 이어져서 독곡이라 일컬어진답니다.

 

오로지 독에 관련한 것만을 연구하는 만큼 독곡의 가풍은 누가 곡인도의 후예가 아니라고 할까 봐 오만하며, 독이 무조건 최고라고 여기고 있습니다. 전통적으로 제자들은 초목을 의미하는 녹색의 경장을 입습니다.

 

후대에는 독왕이란 말이 천마처럼 일종의 경지를 상징하는 말로 사용되기도 합니다. 독곡에서는 시조가 남긴 유훈을 잘 지켰는지 독술을 단련하면서도 굳이 독왕의 경지를 탐하지는 않습니다.


VI. 흑점(黑店)

개방이나 하오문에는 끗발이 딸리지만, 돈만 주면 무엇이든 판다는 캐치프라이즈에 걸맞게, 정보도 취급합니다. 장물이나 암거래, 낭인 및 살수 고용과 관련한 어둠의 정보에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데요. 물론, 가장 전문적으로 다루는 정보는 특정 인물 및 단체의 취약점이나 무공 비급 및 파훼법 같은 것입니다.




VII. 팔황(八荒)

무협소설 '한백무림서'에 등장하는 8개의 집단이며, 팔대흉황이라고도 합니다. '한백무림서'의 주인공이 제천회 십익이라면, 팔황은 십익의 적입니다. '인간은 평등하며, 능력 있는 자가 대접받아야만 한다'는 이념을 공유하며 기존 질서의 붕괴를 목표로 두고 있습니다.

 

생성된 시기도 제각각이고 지금의 형태를 갖추게 된 경위도 다양하지만, 공통적으로 원 말기의 혼란스러운 시대에 힘을 드러내며 세상에 나타났습니다.

 

팔황에 속한 조직들은 서로 간에 느슨한 협력관계로 공존하고 있습니다. 이런 협력관계는 팔황의 맹약이라는 이름으로 전체 구성원이 지켜야 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워낙 개성이 강하고 돌발행동을 하는 자들이 많아서, 경우에 따라서는 같은 목표를 두고 팔황끼리 경쟁하거나 서로의 행사를 방해, 심지어는 직접적인 무력행사도 서슴지 않습니다.


이상으로 정사지간에 속하는 문파에 대해 모두 알아보았습니다. 다음 시간에는 새외무림 세력들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오늘 포스팅은 여기서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소중한 시간 내어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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