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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NSSAY/staccato_짧은이야기

[무협 문파 ⑦] 사파/ 흑도

by 시구몽 2024. 3.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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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시구입니다.

 

저번 시간 부로 무림의 수많은 세가들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이 끝이 났는데요. 오늘은 사파 및 흑도에 대해 알아보고자 합니다. 바로 하나씩 알아보겠습니다.


[무협 문파] 사파(邪派)/ 흑도(黑道)

개요

사파는 정파와는 반대되는 개념으로, 바르지 못한 사악한 길을 걷는 무리를 가리킵니다. 흑도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클리셰로 정파와 싸움이 붙는 경우가 많은데, 이게 전쟁 규모가 되면 정사대전이라고 부릅니다. 정파와 사파가 중원무림의 양대축으로 연합하여, 최근에는 마교에 저항하는 묘사도 심심찮게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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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무협 시대(1980년대 이전)

보통 이상하고 사악한 무공을 쓰다 정파에 주로 진압당하는 악역 집단으로 자주 등장. 소오강호 등의 고전 무협물에서 "정파는 규율이나 윤리를 필요 이상으로 강요하는 꼰대 집단이거나 최악의 경우 위선자"라는 묘사가 퍼지기 시작.

 

신무협 시대(1990년대)
구무협 시대에 너무 정파만 띄우다 보니 틀에 박힌 클리셰에 점점 싫증을 내던 찰나, 신무협 시대 들어 사파에 주목. 이후 사파를 다루는 작품들에서 "알고 보면 자유롭고 세상에 얽매이는 것이 없는 대인배들"이라는 이미지가 덮어씌워지면서, 이전과는 반대로 정파를 까고 사파를 추종하는 흐름도 한동안 이어짐.

2000년대 중반까지

마교도 그냥 사파의 일종으로 치는 분위기가 강했지만, 점점 사파도 녹림 등으로 다양해지고, 마교의 인기가 올라가면서 마교는 사파와는 별개로 치는 경우가 늘어남. 게다가 사파나 마교보다 더 막장인 혈교란 집단까지 등장.

2010년대 이후

강자존(강한 자만이 살아남는다) 클리셰가 굳어지면서, 마교는 사파와 별개의 집단으로 분류한 작품들이 대다수를 차지.


I. 사도련(邪道聯)

무협물에 나오는 사파 방파들의 연합체입니다. 한마디로 무림맹의 사파 버전이라 할 수 있습니다.

당연히 정파의 천하와 민생안녕을 유지하려는 대의명분으로 구성된 무림맹과 정반대로, 사파의 천하를 만드는 게 목적입니다. 다만, 구성원이 죄다 범죄자들이다 보니 구성되기도 어렵고, 진심으로 대의를 갖고 모이기보단 사파를 압박하는 무림맹에 대항하기 위해 모이는 수준입니다. 그 탓에 안정적으로 유지되기보단, 이합집산하는 경우가 많아 무림맹보다는 인지도가 훨씬 떨어지는 편입니다.

 

 

무협지 작품 설정에 따라서 사패련(邪覇城), 사황성(邪皇城), 사흑련(邪黑聯), 사도맹(邪道盟), 흑도련(黑道聯), 사천련(邪天聯), 흑천련(黑天聯), 흑림련(黑林聯) 등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II. 마교(魔敎) ≒ 명교(明敎)

무협물에 나오는 집단입니다. 십만대산 혹은 신강의 천산 산맥을 근거지로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마신 또는 천마를 숭배하거나 마공을 익힌 이들이 모인 일종의 문파입니다.

 

본래 마교란 중국에서 반체제적이라는 이유로 탄압받은 종교를 가리켜서 마교라고 부르면서 배척한 것에서 유래되었습니다. 이런 마교에는 명교, 백련교, 파룬궁 등이 포함되며, 가끔 회교가 마교로 등장하기도 합니다.


무협소설에서 흔히 나오는 '마교'라는 개념이 등장하기 시작한 건 김용의 의천도룡기에서 나온 명교의 영향이 컸습니다. 여기서 명교의 경우, 실제로 명대에 실존했던 백련교를 모티브로 해 무협적인 색채를 잘 조합하여 만들어서 매우 매력적인 설정으로 인지도를 높였습니다.


일월신교(日月神敎)

마교의 일종으로, 무협에서 등장하는 해와 달을 섬기는 가상의 종교 세력입니다.

 

처음 등장한 것은 김용의 소오강호입니다. 일월신교의 일월(日月)은 밝을 명(明)을 파자(한자의 자획을 풀어 나눔)한 것으로, 취급이 좋지 않은 명교에 비해 구심력이 좋고 강력하다는 것 외에는 그다지 차이점이 부각되지 않았습니다.

 

 

이후, 마교가 강자존의 집단인 천마신교로 한국에서 취급이 변하며, 발음이 단순한 명교보다는 일월신교가 더 있어 보인다는 이유로, 마교의 원형인 명교의 모습을 제시하고자 할 때 주로 이 이름이 붙는데요. 이때에는 강자존의 무력집단보다는 빛의 존재를 섬기는 사이비 종교의 특성이 강조되는 마교가 된답니다.


천마신교(天磨神敎)

무협 소설에서 광범위하게 등장하는 천마를 섬기는 종교적 무력 집단입니다.

 

천마는 주로 마교 혹은 천마신교의 창시자 혹은 교주로 나타납니다. 덧붙여 절대자, 만마의 종주로 묘사되기도 합니다.

마교의 힘이 강대하여 중요 두 세력인 정파와 사파가 힘을 합쳐야 겨우 상대할 수 있다고 묘사될 때가 있습니다. 이때 천마는 그야말로 세계관 최강자로 절대적인 포스를 뿜어냅니다. 이처럼 구무협에서부터 '마도의 절대강자' 이미지를 지닌 천마는 이젠 무협소설뿐만 아니라, 다양한 장르에서 절대자 클리셰로 쓰이곤 한답니다.


III. 배교(拜敎)

무협물에 나오는 사교(무협지에서 배척받는 종교) 집단입니다. 배화교랑 거의 동일시되며 마교, 혈교, 명교의 마이너 버전이라 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무협 소설에서 등장할 때에는 일반적인 구무협에서의 마교와 취급이 거의 비슷합니다. 모티브는 배화교, 즉 조로아스터교기는 하지만, 이와 연관된 무공을 보이지는 않으며, 불분명한 사교집단으로 등장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굳이 짚어보자면, 배교라는 이름으로 등장할 때에는 주로 진법이나 사술을 강조하는 때가 많습니다.


IV. 혈교(血敎)

대한민국 무협소설에 자주 나오는 사교 집단입니다. 대개 혈교는 무림의 어느 세력과도 융화될 수 없는 절대악으로, 마교와도 적대적인데요. 작품에 따라 마교가 정파와 나쁘지 않은 관계로 묘사되기도 하지만, 혈교 만큼은 그러한 설정을 찾아볼 수 없답니다.

단체명에 피(血)가 들어가는 만큼 극단적 살육 행위를 교리에 포함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인신공양을 서슴지 않으며, 과격한 설정을 갖춘 작품의 경우 식인 또한 묘사하기도 합니다.

 

최근에는 마교가 완전히 이미지 세탁을 하는 데 성공했기 때문에, 강시술이라든가 고독이라든가 같은 인신공양성 제물 의식을 사용하며 종교적이고 주술적인 집단으로 완전히 정착되었습니다. 즉, 마교의 힘을 추구하는 무림집단으로써의 성격이 부각되면서, 마교의 사이비 종교의 성격만 따로 떨어져 나온 게 혈교라고 할 수 있습니다.


V. 녹림(綠林)

무협물의 등장 세력 중 하나입니다. 실제로 산적이나 수적, 또는 시골의 조직폭력배(속칭 조폭)들을 좋게 말해주던 호칭이 녹림입니다. 산적은 녹림도라고 높여줍니다.

방파, 문파라고 부르기는 애매하지만, 무협물 속의 엄연한 무력단체입니다. 무협물의 세계관은 무술이 흔히 퍼진 세계이기 때문에, 녹림의 구성원들 역시 산적질이나 수적질을 위해 무술을 익힙니다. 무협소설에서의 녹림은 기본적으로 도적인 만큼 하나하나의 세력이 약하고, 짧은 역사만큼이나 무술의 깊이도 영 얕게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중국 무협에서는 도적 집단을 적당히 포장하기 위해 역사상의 은어인 녹림의 이름을 빌릴 뿐이고, 녹림맹이나 녹림 72채 처럼 연맹을 맺은 단체로 나오진 않는다. 총표파자, 녹림맹 등의 용어는 대개 다 한국 무협에서 나온 용어입니다.

 

이들의 수익원은 약탈이나 통행세, 보호비입니다.


VI. 장강수로채(長江水路寨)

장강수로채는 장강(양쯔강)을 주 활동 구역으로 삼는 무협에 등장하는 수적 단체입니다. 낮잡아서는 장강수적, 높여 부르면 장강수로십팔채라고도 합니다.

 

실제 모티브가 된 단체는 거경방이나 해사파와 같은 중국 무협의 가상 단체로 추정되며, 비슷한 포지션인 녹림과 다르게 실존하지는 않았습니다.

 

보통 장강의 넓은 폭을 활용해 매복해 있다가 수로를 이용하는 배들을 덮쳐 화물을 약탈하는 것이 주 수입원입니다. 또한, 장강에 접하고 있는 기타 무가나 방파들과 밀무역을 하는 등, 녹림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양상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VII. 살막(殺幕)

무협에 등장하는 암살 조직입니다. 중국 무협 소설에서는 아예 등장이 전무하며, 한국 무협 소설에서도 등장한 지 오래되지 않았는데요. 무협 특성상 암살 무공 자체가 그다지 주목받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뒤늦게 등장한 세력이기 때문에 딱히 근거지로 둘 만한 곳이 없어, 등장할 경우 실체가 불분명하거나 아예 딱히 근거지가 없다는 식으로 묘사되곤 했답니다.

 

의뢰 달성을 위해 변장과 은신, 경공에 능하며 위기에서 탈출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심박수를 낮춰 시체로 위장하는 귀식대법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보통은 무림인들 사이에서 돈에 미친 살인귀들이라며 꺼려지는 편이나, 정·사·마를 가리지 않고 이들의 칼을 필요로 하는 이들은 많기 때문에, 정사대전이 벌어질 경우, 각 연맹의 맹주를 암살하기 위해 엑스트라로 등장하기도 합니다.


VIII. 염방(鹽幇), 해사파(海沙派), 해사방(海沙幇), 흑귀보(黑鬼堡)

의천도룡기에 등장하는 소금 암매상인 염효들의 문파입니다. 영화의 배경인 원나라에서 전매하는 소금에 극도로 무거운 세금을 매겼기 때문에, 소금을 밀매하여 이익을 챙기는 염효들이 생겨났습니다.

 

독을 섞은 소금을 뿌리는 것을 장기로 삼습니다.


IX. 백련교(白蓮敎)

유독 한국 무협에서 두루 사랑받는 단체입니다. 실제로 백련교는 주원장을 도와 명을 건국했으나, 마지막 순간에 배신당하는데, 이러한 비운의 이미지가 복수라는 무협의 전통적인 테마에 어울려서인 듯합니다.

 

그러나 무협지에서는 정말 정통적인 경우에도 명교로 등장하고, 신무협에는 마교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백련교라고 불리는 경우는 거의 존재하지 않습니다. 보통 무림의 혼란을 통해 종국에는 왕조를 무너뜨리고, 백련교의 나라를 세우려는 야심가 집단으로 등장합니다.


이상으로 사파에 속하는 문파들에 대해 전부 살펴보았는데요. 다음 시간에는 정파인지 사파인지 구분이 애매한 문파들에 대해 다룰 예정이랍니다.

 

오늘 포스팅은 여기서 마무리하겠습니다. 소중한 시간 내어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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