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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행착오/SAVAGE 사례로 배우는 지식

[토착왜구 上편] 혐오 표현인가, 역사적 용어인가? 심층 분석

by 시구몽 2024. 5.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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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VAGE_사. 배. 지_사례로 배우는 지식

 

안녕하세요. 시구몽입니다.

 

오늘은 '토착왜구'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토착왜구 진짜 있다"


[ '토착왜구'라는 말의 역사와 현대 논란까지 ]

I. 토착왜구 뜻

토착왜구(土着倭寇): '한국을 혐오하거나 일제를 미화하고, 일본의 (정치적) 입장을 옹호하는 한국인'을 가리키는 멸칭

 

구조: 토착(대대로 그 땅에서 살아옴)+왜구(전근대 일본의 해적 집단)
유사어: 검머외, 일뽕, 역갤러, 혐한조센징 등



오남용 문제 및 어원 문제를 갖고 있으므로, '과도하게 일본을 찬양하고 한국을 비하하는 사람들'을 지칭할 때는 의미가 좀 어긋나도, 차라리 일뽕이라는 단어로 대체하여 사용하는 것이 좋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II. 토착왜구 어원

KBS 뉴스에 따르면, 일제강점기의 유학자인 정암 이태현(1910~1942)이 쓴 《정암사고(精菴私稿)》라는 산문집에서 '토왜(土倭)'라는 말이 친일 부역자란 뜻으로 처음 사용되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역사학자 전우용은 정암 이태현이 그 말의 창안자가 아니고, 많은 사람들이 공감해서 많이 쓰다 보니 지식인의 문집에도 등재되었다고 추정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2019년 초 전우용이 만든 단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정작 전우용은 토착왜구가 자신이 만든 단어가 아니라면서, 본인에게는 토착왜구 단어의 저작권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KBS의 보도보다 이른 시기에 언론이나 독립운동가들이 남긴 문헌 등에서 토왜가 친일 반민족 행위자를 가리키는 용어로써 이용된 것이 확인됩니다.

1908년 4월 5일 자 《대한매일신보》

壹團厲氣凝聚하야 一進會가 生出이라 大和魂魄換着하니 土倭之稱難免이라 自衛團의 兼毒으로 傳染病이 熾盛하니뎌 心腸을 淸潔하지

 

토왜는 1908년 4월 5일 자 《대한매일신보》에서 처음으로 언론에 등장했습니다. 이 기사에서는 역병의 기운이 모여 일진회(一進會)가 나타나 일본의 혼백으로 옷을 바꿔 입으니, 토왜라 불리기를 면하기 어렵다고 서술하고 있습니다.

1910년 6월 22일 자 《대한매일신보 》

土倭天地
獰風猛雨此天地에 許多人種化出하니 土倭種類遍滿하야 蠧國病民통歎일셰
國家事는 何如턴지 一時浮榮圖得할졔 此約彼條藉功하며 別般運動密勿하니 이것도 土倭
韓面日腸相雜하니 倀鬼輩의 行色이라 何等聲明煽唱인고 暗裏凶計舞弄하니 이것도 土倭
兵力하에 依庇하야 各地方에 出沒하며 奪財겁奸恣行하니 指使者의 惡行이라 이것도 土倭
分憂責을 自負하고 鼻息下에 聽令할졔 無辜良民鞭撲하야 千인坑塹陷落하니 이것도 土倭
幾分月銀摘食할졔 睚眦怨을 欲報하야 搆虛날誣秘探中에 流毒生靈慘虐하니 이것도 土倭
殊方語學稍解하면 一爪牙를 甘作하고 債錢으로 作奸하야 奪人家産無餘하니 이것도 土倭

 

1910년 6월 22일 자 《대한매일신보에는 '토왜천지(土倭天地)'라는 글이 실렸으며, 토왜를 '나라를 좀먹고 백성을 병들게 하는 인간의 종류(人種)'으로 규정하고, 아래와 같이 분류했습니다.

  1. 뜬구름 같은 영화를 얻고자 일본과 이런저런 조약을 체결하고 그 틈에서 몰래 사익을 얻는 자
  2. 암암리에 흉계를 숨기고 터무니없는 말로 일본을 위해 선동하는 자
  3. 일본군에 의지하여 각 지방에 출몰하며 남의 재산을 빼앗고 부녀자를 겁탈하는 자
  4. 저들의 왜구 짓에 대해 원망하는 기색을 드러내면 온갖 거짓말을 날조하여 사람들의 마음에 독을 퍼뜨리는 자



일제의 언론 탄압으로 인해, 대한매일신보를 제외한 나머지 언론에서는 토왜라는 단어가 상대적으로 적게 등장하는 편이지만, 민간에서는 국권 침탈의 위기가 고조됨에 따라, 매국노를 비난하는 말로 토왜 표현을 널리 이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 외에도 통감부 문서, 동아일보, 잡지 《개벽》, 매천야록, 기려수필, 소의신편, 관동 창의록, 관란재 일기 등의 자료에서 친일 반민족 행위자를 토왜로 지칭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오늘날의 정세는 예전과 크게 다릅니다. 토왜가 경외(京外)에 두루 차 있고, 왜병 수만이 나라 안에 포진해 있습니다"
- 의병장 유인석이 동료 의병에게 보낸 편지 중

"기치를 세우고 북을 울리기가 바쁘게 토왜의 표적이 되는데, 어떻게 앞길에 격문을 보내고 선성을 울릴 수 있으리까"
- 문인 황현이 의병장 임병찬에게 보낸 편지 중

 

토왜는 해방 이후에 친일파 처벌 문제가 부상함에 따라서, 다시 언론에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토왜가 해방이 되고도 죄값을 치르지 않고 멀쩡히 살아남아 동족을 빨갱이로 매도하여 권력을 유지하고 있다
- 《경향신문》

친일파의 범위를 너무 넓게 설정하는 것은 옳지 않다
- 《동광신문》

 

전반적으로 토왜의 사용 시기는 1904년부터 1910년까지의 국권침탈기와 일제강점기 전후에 몰려 있는 걸 볼 수 있습니다. 국권침탈기는 일본이 러일전쟁(1904)에서 승리한 뒤 본격적으로 대한제국을 식민지화하기 시작한 시기로, 이 시기에는 조정의 친청파와 친러파를 몰아내고 내각을 장악했던 친일파의 전횡이 두드러지기 시작했습니다. 갑신정변(1884) 이래로 국권 침탈에 앞장서온 이들은 국왕도 무시하고 맘대로 조약을 체결하는 지경에 이르렀으며, 이때의 '친일'파는 이미 국익을 위해 일본을 배워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아니었습니다. 현대보다 한자어의 사용에 민감했던 당대의 사람들은, 그들을 더 이상 친일파라고 부르지 않고 토왜라고 불렀습니다.



참고문헌: 민일성, KBS '토착왜구' 어원 찾기에 전우용 "을사늑약 이후 사용", 고발뉴스닷컴, 2019년 3월 20일, http://www.gobal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27277

김동문, 토착왜구 뜻하는 '토왜(土倭)' 1908년에 처음 사용, 뉴스톱, 2019년 3월 25일, https://www.newstof.com/news/articleView.html?idxno=1401

김상기, "토착왜구가 누군지 알려드립니다" 전우용 저격글, 국민일보, 2019년 3월 21일,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05/0001183134?sid=001


III. 토착왜구 오늘날

이렇게 과거에 쓰이던 용어는 현재는 자주 쓰이지 않다가, 2019년에 나경원 당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발언과 이에 맞선 문정선 당시 민주평화당 대변인의 발언 등이 논쟁에 불을 지피며 본격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했습니다.

 

"해방 뒤 친일파를 처벌하기 위해 만들어진 반민특위로 인해 국민이 분열됐다"
- 나경원

"국민을 분열시킨 것은 반민특위가 아니라 친일파들"
- 문정선


토착왜구는 SNS나 인터넷 커뮤니티 등지에서 쓰는 사람만 쓰는 은어 정도에 불과했지만, 나경원 전 의원의 반민특위 발언이 사회적인 논란을 일으키게 되면서 급물살을 타게 되었고, 군사적 도발과 경제 제재 등으로 인해 한일 관계가 악화되고 난 뒤에는 대중적인 인지도가 크게 늘어났습니다.

 

친민주당 지지자들은 친일 행각으로 비판받는 박정희, 나베로 대표되는 친일사관 논란을 빚은 나경원 등의 보수 정치인들을 거론하며 이 단어를 사용했습니다. 이후 박영선의 도쿄박 논란 등 민주당 소속 인물들의 친일 논란이 터지자, 역으로 보수 진영 지지 성향의 사람들이 민주당 정치인들을 비판할 때 역시 사용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코로나19, 중국의 한국 문화 예속화 공작, 혐한 여론 조성으로 인해 반중 감정이 반일 감정보다 높아지고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친서방 여론이 더 높아지면서, 토착왜구는 루리웹, 클리앙과 같이 반일 성향이 강한 커뮤니티와 혹은 인터넷 기사 정치 댓글을 빼면 거론되는 경우가 매우 적어지게 되었습니다.


토착왜구 下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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