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시구입니다.
오늘은 '공천'에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눠 보고자 하는데요. 바로 자세한 내용으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공천에 얽힌 다양한 이야기]
I. 시스템 공천과 사천
우리나라 정당들이 시스템 공천에 대해 외치는 것을 보면, 시스템 공천은 마치 공정함의 대명사처럼 보입니다. 시스템 공천이란 대통령이나 당 대표 등이 사적 욕심을 배제하고, 공정한 룰에 따른 투명한 공천을 의미하는데요. 이른바 '밀실공천'이라고도 하는 사천을 배제하겠다는 것입니다.
* 밀실공천: 선거에 나설 후보를 정할 때, 공식적인 절차를 거치지 않고 실권자들끼리 결정하는 일, 아주 엄밀히는 사천의 한 종류이나, 둘을 구분 없이 쓰기도 함.
그러나 선거판에서 시스템 공천은 근본적으로 쉽지가 않습니다. 그나마 있는 성공 사례는 더불어민주당의 21대 총선 정도인데요. 박근혜의 탄핵 여파도 컸지만, 민주당은 비교적 잡음이 적은 공천으로 180석을 얻는 압승을 거뒀습니다. 반면,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은 후보들을 바꾸고 뒤집는 '호떡 공천'에 '사천 논란'까지 불거져 최악의 참패를 당합니다.
그 직전의 20대 총선에서 새누리당은 시스템 공천을 내세웠으나, 박근혜의 눈밖에 난 의원들을 쳐내는 '공천 학살'의 구실로 전락해 버립니다. 이에 더해 김무성 대표의 '옥새 파동'까지 일어나며 선거에서 자멸하고 맙니다. 당시 민주당도 내분이 일어나 위기에 직면하지만,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을 영입하며 변신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시스템 공천보다는 전략적 판단을 우선시했으며 그 결과는 나쁘지 않았습니다.
우리나라의 공천 시스템은 5·16 군사정변 후 1963년 창당한 민주공화당 때 골격이 갖춰졌습니다. 당시 당헌에는 "공천권은 당 총재에게 있다"라고 적시되어 있었습니다. 이후 김대중 대통령은 386 세력을 등용했고, 이회창 총재는 거물들을 뒤로하고 새 인재를 영입했습니다. 시스템 공천의 실현 이상으로 공천권을 사심 없이 행사하는가도 중요한 셈입니다.
최근 민주당이 이재명 대표의 사천 논란으로 시끄러운데요. 친명계가 비명계 의원들을 축출하고, 비명계와 친문 세력까지 내치려 한다는 것입니다. 비명·친문계를 배제한 여론조사가 난무하고, 이 대표 측근들이 공천을 좌우하는 '밀실 공천' 의혹이 불거졌습니다. 여야 막론하고 현재까지 공천에서 잡음을 낸 쪽은 총선 필패였습니다. 이번에도 이 공식이 적용될지 귀추가 주목되는 상황입니다.
II. 더불어민주당의 공천 잡음
이수진 의원의 탈당 선언
2024년 2월 22일, 더불어민주당의 이수진(서울 동작을) 의원이 본인 지역구가 전략공천 지역으로 선정됨에 따라 사실상 컷오프(공천 배제)된 뒤 탈당하게 됩니다. 얼마 안 가 이 의원은 민주당 지도부의 '시한폭탄'으로 떠오르게 되는데요.
이날, 이 의원의 페이스북에는 다음과 같은 글이 게시됩니다.
동작을 지역구가 전략지역이 되었다는 소식을 접했다.
당과 국민과 공익, 승리가 아닌 사욕과 비리, 모함으로 얼룩진 현재의 당 지도부의 결정에 분노를 넘어 안타까움까지 느낍니다.
나는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하겠다.
나는 4년 전 천직이라 여겼던 법관직을 내려놓고 오로지 사법개혁을 이루고자 민주당에 입당했다.
당의 절실한 요청을 받고, 험지라는 동작을에 나가 상대 나경원 후보를 꺾고, 12년 만에 민주당을 승리로 이끌었다.
당시 보수언론과 보수세력의 온갖 가짜뉴스와 명예훼손의 융단폭격을 받고 마치 기름 튀는 프라이팬 위에 볶이는 고통을 겪었지만 참아냈다.
나는 국회에 들어와서 지난 19년간 내가 쌓아왔던 법조 경험과 개혁 정신으로 의정활동에 임했고, 온갖 반대와 왕따에 부딪치면서도 검찰개혁을 하고자 앞장섰고, 사법개혁도 이루고자 최선을 다 했다.
이재명 대표 측근 비리 증거 공개
한편 25일, 이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다음과 같은 발언을 합니다.
이재명 대표 측근들 비리와 불공정에 대해서도 증거까지 이 대표에게 전달하면서 충언했다.
현역 국회의원인 나를 뺀 여론조사가 계속 돌면서 당원들의 분노가 폭발했다.
또한 당대표 측근들의 불공정한 장난질이 감지됐다.
그래서 나는 의원총회에서 지도부가 이런 식으로 하면 서울 선거 진다고 세게 비판을 했다.
그럼에도 지도부는 전혀 바뀌지 않았다.
백현동 판결을 보고도 실망해서 탈당선언을 하려고 했는데, 주변 만류로 며칠 기다렸다.
그리고 역시나 컷오프 당했다.
이 의원이 언급한 '측근 비리'는 서울 동작갑 현역 국회의원인 김병기 의원 관련 내용으로 추정됩니다. 김 의원은 이 대표의 핵심 측근으로, 당 검증위원장과 공관위 간사를 맡고 있습니다.
앞서 23일, 이 의원은 CBS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검증 과정에서 타당하지 않은 이유로 탈락한 분들이 저에게 '우리를 억울하게 컷오프시킨 분은 정작 이런 비리가 있다'며 진술서를 써왔다"라고 말했다
"(진술서 내용은) '검증위원장 측에 돈을 줬었다. 물론 6개월 후인가 돌려받았지만, 돈을 줬다'(는 것)"
이 의원은 "이걸 묻어둘 수 없어서 당 대표실로 넘겼다. 그런데 당 대표실에서 윤리감찰단을 거쳐서 검증위로 다시 (진술서가) 갔다. (김 의원) 본인한테 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그래서 제가 이렇게 피해를 보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공관위 간사를 맡은 김 의원에 대한 정치자금법 위반 의혹을 제기해 본인이 공천 심사에서 불이익을 당했다는 주장인데요. 그러나 김 의원 측은 이러한 의혹 제기에 대해 강하게 부인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후 이수진 의원의 근황 및 논란
한편 24일, 이 의원은 페이스북에 다음과 같은 글을 썼습니다.
억울함과 배신감에 만신창이가 된 저에게 이재명대표 지지자들은 막말 문자들을 보내고 있다.
이러니 이재명 주변사람들이 자살들을 했구나.
이제 저도 그 억울함과 비정함이 자살까지 이끌겠다는 걸 절감했다.
이어서 25일에도 다음과 같은 글을 씁니다.
이재명 지지자들은 제발 알아보고 악질문자 보내라!
내가 며칠 당해봤는데 이대로는 안 되겠다.
적지 않은 분들이 억울하고 폭력적인 댓글이나 문자로 자살을 했다.
앞으로도 그런 억울한 죽음이 있을 것이기에 지금부터는 끝까지 추적해서 법적 대응을 단호하게 하겠다.
한편, 이재명 대표의 지지층 온라인 커뮤니티 '재명이네마을'에 이수진 의원에 대해 "후원금 환불 요청을 하겠다"는 게시물이 올라옵니다. '재명이네마을' 카페 매니저는 24일 공지를 통해 "정상적 대화조차 불가능한 모 전 민주당 의원에 대해 더 이상 거론하지 말아 달라"며 회원들에게 '이수진 언급금지'를 요청했는데요. 일부 회원들은 "이 의원에게 낸 정치후원금을 환불받겠다"며 지역사무실 등으로 환불요청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또한 한 지지자가 "우리 대표님 너무 미워말라"라고 문자를 보내자, 이 의원은 "너네 대표님이 나를 패대기쳤는데 너네 눈엔 대표한테 당한 사람은 전혀 안 보이니?"라고 답장을 해 논란이 된 바 있습니다.
이수진 의원의 컷오프 진짜 이유는?
한동훈 법무부장관 후보자 청문회를 비롯해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보여준 실망스러운 모습과 원외 인사인 나경원 전 국민의힘 원내대표보다도 지역구 관리를 못한다는 평가를 받은 것 등이 컷오프라는 결과를 가져온 것으로 보인다고 합니다. 즉, 이재명 대표의 측근 비리 증거 공개에 따른 불이익 때문이 아닌 합당한 컷오프라는 것입니다.
또한 민주당 지지자들과 평론가들도 이수진의 공천 탈락을 대체로 납득하는 분위기입니다. 서울 동작을 전략공천 지역 선정에 대해 비판하는 정작 이수진 본인도 21대 총선에서 전략 공천을 통해 국회에 입성한 인물인데요. 많은 기대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4년간 의정활동과 지역구관리 어느 것 하나 제대로 하지 못하면서 실망을 안겨줬다는 것입니다.
단적인 예로 역대 대선에서 대체로 민주당에게 우호적이었던 동작을 지역구가 제20대 대통령 선거에서는 민주당의 이재명 후보가 10% 이상 밀리는 결과를 보여줬습니다. 이어진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도 민주당은 동작을에서 참패했습니다.
글을 마치며
이상으로 오늘의 포스팅을 마무리하고자 하는데요. 이 의원의 공천 탈락의 원인이 무엇인지 아마 앞으로도 정확히 알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이 됩니다. 그러나 이를 별개로 양대 정당 중 하나인 민주당이 언제나 사분오열 하는 듯한 모습은 정말로 꼴 사납기 짝이 없습니다.
하지만 양대 정당인 국민의 힘 또한 별 다를 것이 없습니다. 일찍이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김경율 국민의 힘 비상대책위원을 사천하여 크게 논란이 되었던 적이 있죠. 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아래 링크를 통해 확인해 보실 수 있습니다.
선거가 돌아올 때마다 국회의원들은 선거판을 추악하게 물들이기 바쁜데요. 대체 언제쯤 이런 모습이 종식되고 성숙한 정치를 볼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소중한 시간 내어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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