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 발의된 조력존엄사법은 아직까지 본격적인 심사도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내년 4월 총선 준비에 집중해야 한다는 점에서 여야의 외면 속에 제대로 된 논의도 없이 총선 이후 21대 국회 해산과 함께 법안이 폐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시행 중인 연명의료 결정제도는 환자나 가족의 의사에 따라 심폐 소생술이나 인공호흡기 등 생명 유지만을 위한 치료를 계속하지 않거나 중단하는 '소극적 안락사'만이 허용되어 있다. 반면 극심한 고통을 겪는 말기 환자가 희망할 경우 의사가 약물 등을 제공해 스스로 삶을 마칠 수 있도록 돕는 조력 존엄사는 '적극적 안락사'로서 현행법상 금지돼 있다.
내가 살아오면서 우리나라에선 바꾸기 어려워 보이는 것들이 종종 바뀌는 것을 본 적이 있다. 법이나 판례의 경우, 대표적으로 불륜에 형사 책임을 물을 수 없게 되거나, 조건부 낙태의 허용 등이 있다. 이젠 '존엄사'에 대한 방안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이 또한 머지않아 허용이 될 것 같다.
얼마 전에 교외로 부모님과 나들이를 나갔는데, 도중에 두 분이서 연명치료 거부 여부에 대해 말씀을 나누시더라. 난 진작에 했다, 얼른 당신도 하여라 등등. 언제나 엄마, 아빠로 남아있을 것 같던 분들의 그 대화를 듣고 있자니 불편하여 대화 주제를 얼른 바꿨다. 알아서 하겠지, 이제 어디 갈 계획인지나 정해보자...
고통에 시달리는 모습을 보며 그들의 병 수발을 들더라도 오래 내 옆에 붙들고 있는 것과 무의미에 가까운 치료를 중단하고 순식간에 고통을 끝내 드리는 것 둘 중 그 어떤 것도 선택하지 못하겠단 생각이 든다. 이런 쓸데없는 생각은 그만두고 내가 제일 초라할 때조차 절대로 내 기를 죽게 만들지 않았던 그들에게 좀 다정하게나 대해 드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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