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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행착오/staccato_짧은이야기

6. 분홍 고무장갑 숨기는 아내 보고 착안... '생활공작소'

by 시구몽 2023. 12.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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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 아님)
 
분홍 고무장갑, 제습제 뚜껑. 이런 천편일률적인 디자인의 틀을 깬 회사가 있다. 회사의 생활용품에는 오로지 흰 바탕에 '생활공작소'라는 글씨만이 검은색으로 새겨져 있을 뿐이다. 간결한 디자인으로 승부를 보는 생활공작소의 제품들은 소비자들의 입소문을 거쳐 집안 곳곳에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친환경 캠페인을 벌이고 있기도 한 생활공작소는 내년이면 창사 10주년을 맞이한다.
 
엄청 놀라운 발상의 전환 같지만 분명 주변에서 들어 본 적이 있다. 분홍 고무장갑은 우리 집 인테리어랑은 정말 어울리지 않는데 다른 색은 없나? 새집으로 이사를 가거나 살던 집을 리모델링하고 보람차게 식사를 마친 후 설거지를 하려고 할 때 싱크대에 굴러다니는 분홍 고무장갑은 왠지 거슬리고 치워버리고 싶다. 너무나도 구려서 차라리 맨손으로 설거지를 하고 말지. 핑크의 세련스러움은 좋아하지만 분홍의 촌스러움은 싫다랄까.
 
'생활공작소'의 제품들은 '합리적 소비를 위한 미니멀리즘'이란 슬로건을 걸고 제품을 출시하는데, 제품 디자인이 심플하지만 결코 촌스럽지는 않다. 검정과 흰색을 좋아하는 나에겐 고급스러운 느낌마저 준다. 같은 용도의 제품을 단순히 색과 형태만 조금 바꾼 게 우연히 대박을 친 것 같아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 집을 그저 살기 위한 공간이 아니라 살고 싶은 공간으로 생각하여 예쁘게 꾸미고 싶은 젊은 세대들의 욕구를 잘 읽어냈다. 가족의 사소한 행동은 회사의 새로운 제품 출시로 이어지기도 한다. 대표의 뛰어난 관찰력을 통해 발견한 것들에 추진력을 덧입혀 성공적인 창업이란 성과를 이루어낸 것 같다.
 
늘 새로운 것, 레드 오션 내에서의 역발상, 획기적인 아이디어와 같은 것이 있어야만 창업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건 나의 편견에 불과했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순수한 무에서 유를 창조해 내는 것이란 엄청난 자본력과 기술력도 필요할 텐데 말이다. 소비자의 말에 귀를 기울이란 기본적인 세일즈 공식에만 집중을 해도 많은 가능성이 널린 세상인 것 같다. 물론 말이야 쉽지 그런 것들을 실현해 내는 생활공작소 같은 성공 사례들을 보면 참 멋있고 대단하게 느껴져 가슴도 빠르게 뛰고 설레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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