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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행착오/SAVAGE 사례로 배우는 지식

[삼체문제] 넷플릭스 삼체 보고 삼체는 지구인, 화성인, 외계인을 의미하는 것인 줄... 삼체문제 뜻, 삼체 뜻

by 시구몽 2024. 3.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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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VAGE_사. 배. 지_사례로 배우는 지식

 

안녕하세요. 시구입니다.

 

최근 넷플릭스에서 꽤나 재밌다고 소문난 드라마가 있는데요. 바로 '삼체'라는 작품입니다. 무려 1억 6천만 달러의 제작비를 들였는데, 이는 2024년 3월 30일 현재의 한화 가치로 2,156억 원이나 된다고 하는데요. 장르는 SF라고 하며, 눈에 띄는 배우로는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에서 웡 역을 맡은 베네딕트 웡이 있습니다.

 

드라마 소개는 여기까지만 하도록 하고, 오늘 다룰 내용은 바로 '삼체문제'에 관한 것인데요. 드라마를 조금 보다 보니 제목인 삼체가 대체 무엇인지 문득 의문이 들었답니다. 여러분들도 듣고 보니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그래서 이제부터 삼체에 대한 것을 하나씩 파헤쳐 보도록 하겠습니다.

넷플릭스 드라마 삼체 포스터


개요

먼저 한 가지 양해를 구하고자 합니다.



이후로도 언급을 하겠지만 이제부터 '삼체', 좀 더 정확하게는 '삼체문제'를 이번 포스팅에서 알아볼 예정입니다. 포스팅을 할 때는 주제에 대해 기본적인 이해와 숙지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꼼꼼하게 자료 조사를 하는 편이지만, 오늘 다룰 삼체문제는 굉장히 복잡한 문제라 아직도 갈피를 못 잡고 있답니다. 그럼에도 삼체문제에 얽힌 상당히 흥미로운 내용들이 더러 있었기에, 그런 것들에 보다 초점을 맞춰 이야기를 풀어나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I. 삼체 뜻, 삼체문제 뜻

삼체란?

한자: 三體/ 영어: three-body

 

삼체는 회화에서는 표현 형식을 뜻하고, 국악에서는 곡조의 빠르기를 나타내는 말입니다. 그러나 넷플릭스 드라마의 제목에 쓰인 삼체는 작중 등장하는 한 문명에 있는 3개의 태양을 의미합니다. 추후 다루겠지만 만약 태양이 3개 존재하는 문명이 있다고 하면, 그곳에서는 낮과 밤의 예측조차 불가능하다고 합니다.

 

물리학에서의 삼체 역시 다른 뜻을 가지고 있는데요. 드라마는 원작인 소설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는데, 소설에서 이 물리학에서의 삼체를 모티브로 삼아 쓰였습니다. 그 정의는 다음과 같습니다.

 

《세 개의 질량체가 서로에게 어떻게 중력이 영향을 끼치는지에 대해 다루는 분야》




삼체문제란?

한자: 三體問題/ 영어: three-body problem

 

《세 물체 간의 중력이 어떻게 작용하고, 이 결과로 어떠한 궤도 움직임을 보이는지에 관하여 다루는 문제》

우어어.. 어지럽다..

이제 본격적으로 삼체문제에 대해 알아볼 텐데요. 이 삼체문제의 연구는 훗날 혼돈(카오스) 이론의 등장에도 영향을 주었다고 합니다. 참고로 혼돈의 발생원인 중 하나로 '나비효과'가 있는데요. 이 나비효과를 잘 설명해 주는 영국의 민요 가사가 있어 재미 삼아 소개해드리고자 합니다.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 나비효과: 초기 조건의 미세한 차이에 의해 결과가 완전히 달라지는 현상. 영화의 소재로도 자주 쓰였음.

못 하나가 없어서 말 편자를 잃었다네.
말 편자가 없어서 말을 잃었다네.
말이 없어서 파발병을 못 보냈다네.
파발병을 못 보내서 소식을 못 전했다네.
소식을 못 전해서 전투에서 졌다네.
전투에서 져서 왕국을 잃었다네.
못 하나가 없어서 모든 것을 잃었다네.

- For Want of a Nail(못 하나가 없어서)

한국에서 나비의 날개짓 한번이 미국에서는 태풍을 만들 수 있다?!!


II. 삼체문제 연구의 역사

삼체문제는 태양·지구·달 세 천체의 궤도에 대한 아이작 뉴턴의 의문에서 처음 시작되었습니다. 뉴턴은 그의 저서 「프린키피아」에서 세 개의 물체가 중력을 주고받으며 움직이는 경우에 대해 최초로 언급하였습니다. 이후 1747년, 장 르 롱 달랑베르와 알렉시스 클레로가 삼체문제의 해결법에 관한 논문을 발표하였습니다. 그 밖에, 피에르시몽 라플라스와 조제프루이 라그랑주 등도 삼체문제를 연구하였는데요. 그리고 1890년, 앙리 푸앵카레에 의해 삼체문제의 일반해를 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증명되었습니다.

* 장 르 롱 달랑베르와 알렉시스 클레로 : 프랑스의 수학자들. 둘 다 미적분학에 업적을 남김.

** 피에르시몽 라플라스와 조제프루이 라그랑주: 프랑스의 수학자들. 둘의 이름이 붙을 정도의 수학 및 과학 개념이 있을 정도로 위대한 업적을 남겼음.

*** 앙리 푸앵카레: 프랑스의 수학자. 일명 세계 7대 수학 난제로 알려진 밀레니엄 문제 중 푸앵카레 정리를 제시함. 푸앵카레 정리는 유일하게 증명된 밀레니엄 문제임.

**** 일반해와 특수해: 정확하진 않으나, 일반해는 어떤 문제에서 조건을 달지 않아도 구할 수 있는 해로 이해하면 쉬움. 반대로 특수해는 문제에 조건을 달아야 구할 수 있는 해로 이해할 것.



물체 두 개가 중력이 상호 간에 어떤 식으로 작용하고, 어떤 궤도 움직임을 보일 것인지에 관하여 예측하는 것을 이체문제라고 하는데 이는 매우 쉽다고 합니다. 하지만 물체가 3개라면 얘기는 달라집니다. 즉, 삼체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닌데요. 삼체문제는 이체문제보다 물체들이 움직일 수 있는 궤도의 차원이 한 차원 더 높고, 적용해야 할 변수가 하나 더 늘어났기 때문입니다.

* 학창 시절에 간신히 이차방정식을 푸는 법을 깨우쳤는데, 삼차방정식을 처음 접했을 때의 막막함을 떠올리면 이해가 쉬울 것. 또한 격투기에서 1:1 경기는 각 선수의 파이트 스타일, 신체 스펙과 이전의 전적 등을 통해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다지만, 만약 1:1:1 경기가 있다면 승부는 오리무중일 것.

이체문제의 형상화 ①
이체문제의 형상화 ②

충분히 실감이 되시겠지만 삼체문제는 물리학 분야에서 손꼽히는 골치 아픈 난제입니다. 위에 소개한 인물들 모두 당대의 쟁쟁한 수학자들이지만, 그들이 18세기 중반부터 달려들었지만 이렇다 할 결과물을 내놓지 못했는데요. 결국, 앙리 푸앵카레가 삼체문제의 일반해를 구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한 이후로 특수해에 대한 연구만 계속 이루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III. 삼체문제의 특수해

그렇다면 삼체문제의 특수해는 존재할까요? 불행스럽게도 존재하는 바람에 이번 포스팅의 난이도가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가 버렸는데요. 어쨌든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라그랑주점'입니다.



라그랑주점

질량차가 큰 두 천체에 형성되는 5개 라그랑주점(L1, L2, L3, L4, L5)

위 그림에서 L3, L4, L5가 삼체문제의 특수해에 해당하는데요. 이 물체들은 정 가운데 노란 물체에서 중심각이 각각 120도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이미 눈치채신 분들도 계시겠지만, 라그랑주점은 앞서 언급한 조제프루이 라그랑주가 발견했다고 합니다.

* 실제로 토성의 위성인 테티스·텔레스토·칼립소와 디오네·헬레네·폴리데우케스 등이 토성을 중심으로 이러한 궤도운동을 하고 있음.

 

삼체운동의 특수해로서의 라그랑주점에 대한 내용은 끝이 났지만, 포스팅 작성을 위해 라그랑주점에 대해 조사를 하며 전전긍긍한 제가 갸륵하네요. 따라서 라그랑주점에 대한 추가 내용을 아래에 접은 글로 남기고자 합니다. 혹시나 필요하신 분들은 클릭하셔서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더보기

이제부터는 노란 물체를 태양, 그 우측의 파란 물체를 지구라고 가정하여 설명하겠습니다.

 

5개의 라그랑주점들은 불완전 평형점과 완전 평형점으로 나뉩니다.

  • 불완전 평형점(L1, L2, L3) - 태양과 지구의 직선상에 있는 라그랑주점, 평형점에 있던 물체의 위치가 약간만 벗어나게 되면 원래 있던 평형점으로 되돌아오지 못하는 점.
  • 완전 평형점(L4, L5) - 태양과 지구의 비직선상의 라그랑주점, 물체들의 위치가 약간 벗어나도 원래 있던 평형점으로 되돌아오는 안정된 지점/ 따라서 소행성이나 우주 쓰레기 가운데 다른 천체로 떨어지지 않은 것들은 자연스럽게 이 점으로 모이게 됨.

라그랑주점은 중력의 평형점이기 때문에, 각종 우주 탐사 및 개발에서 중요한 지점으로 이용되는데요. 각각의 라그랑주점의 활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 L1 - 지구에서 태양 방향으로 약 150만km 떨어진 거리/ 태양 관측 위성이 위치하기에 적합하여 현재 많은 위성이 위치. ex) SOHO(소호 태양 관측 위성, Solar and Heliospheric Observatory)
  • L2 - 항상 지구의 그늘에 위치/ 우주 관찰을 목적으로 하는 우주 망원경을 설치하기에 적절. ex) ESA의 가이아 우주 망원경, 미국 NASA의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
  • L3 - 다섯 개의 라그랑주점 중 지구에서 가장 먼 약 3억km 지점/ 질량이 지구에 비해 훨씬 작은 대형 우주 정거장을 설치하여 사용할 수는 있을 것.
  • L4, L5 - 가장 안정적이라 항구적인 우주 정거장과 스페이스 콜로니의 건설에 가장 적절한 위치.
라그랑주점의 입체 중력 모형




기타

삼체문제의 특수해는 계속해서 발견되고 있는 중인데요. 8자형 궤도운동, Broucke-Henon-Hadjidemetriou family 역시 그중 하나입니다. 이 외에도 2013년에 세르비아의 한 물리학자를 시작으로 계속 발견되고 있는 중입니다.

8자형 궤도운동


IV. 특수해를 구하기 위한 가정

삼체문제에서는 특수해를 구하기 위해 특수한 가정을 세우는데, 여기에는 몇 가지 분류가 있습니다.

  • 평면 삼체문제: 세 물체가 모두 동일한 평면 위에서 궤도 운동을 하는 경우.
  • 제한 삼체문제: 세 물체 중 하나가 나머지 두 개의 물체에 대해 영향을 미치지 않을 만큼 질량이 매우 매우 작은 경우.
  • 궤도 공명: 세 물체가 일정 주기마다 같은 궤도를 지나는 것
  • 동일질량 삼체문제: 세 물체 질량이 모두 같은 조건.

이 조건들 중 2개 이상을 사용하여 풀 수도 있습니다. 각 항목별 세부 내용이 있으나, 이는 생략하도록 하겠습니다.

 

당연하겠지만, 삼체를 넘어서 사체, 오체로 넘어가면 더 어려워집니다. 사체 이상은 일반해는커녕, 심지어 특수해조차 발견되지 않았다고 하네요.




V. 삼체문제를 다룬 창작물 사례

전설의 밤 - 아이작 아시모프의 SF 소설

1941년, 단편소설로 발표된 작품.
1990년, 로버트 실버버그와의 공저로 같은 이름의 장편소설로 개작 발표.
1964년, 미국 SF 작가 협회가 선정한 최고의 단편으로 선정되어 SF 명예의 전당 1권에 수록.

1995년, 한국에서 장편 버전이 작가정신 출판사에서 '나이트폴'로 번역 출간.
2010년, 단편 버전이 '전설의 밤'이라는 제목으로 번역되어 오멜라스 출판사의 SF 명예의 전당 번역본에 실림.

 

6중 성계의 밤이 없는 행성 라가시에서 2000년 만에 한 번씩 찾아오는 개기일식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라가시에 밤이 없는 이유는 언제나 6개의 태양 중 적어도 하나는 떠 있기에 때문인데요. 따라서 전체적인 문명 수준에 비해 천문학 지식은 매우 뒤떨어집니다.

* 6중 성계: 6개의 태양이 서로의 중력중심을 돌고 있는 다중성계.

 

과학자들은 개기일식이 실은 주기적으로 문명이 붕괴되는 시점임을 알아내고 이에 대해 경고하나,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개기일식이 일어나는 날이 찾아오게 됩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광경을 목격하게 되는데...


삼체 - 중국의 SF 작가 류츠신의 소설

2015년 휴고상 장편 소설 부분 수상작으로 선정.

중국에서 300만 부가 팔렸음.

 

이 소설을 기반으로, 웹툰이 네이버에서 2022년부터 2023년까지 연재되었으며, 중국에서는 드라마가 제작되어 2023년에 공개되었습니다. 그리고 넷플릭스에서 소설의 판권을 구입해 제작된 드라마가 올해 3월 21일에 개봉한 것입니다.




글을 마치며

계획에도 없던 과학 공부를 했네요. 드라마 내용을 보니 삼체문제와도 별 다른 관련도 없는 것 같던데, 그냥 제목을 잡채로 지었으면 참 좋았을 것 같습니다. 그러면 아마도 포스팅하기에 좀 더 수월했을 텐데 말이죠.

 

최대한 복잡한 내용들은 덜어내고, 조금이나마 유익하다 싶은 것들만 실었는데, 읽으시는데 어려움이 좀 덜하셨나요? 사실 엄청난 난제인만큼 내용 역시 다소 난해할 수 있는데요. 드라마를 보시고 지인분들과 얘기를 나누시면서, 삼체문제에 얽힌 지식을 뽐낼 정도로만 제 포스팅이 활용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 같습니다.

 

이제 글을 맺도록 하겠습니다. 소중한 시간 내어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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