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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NSSAY/staccato_짧은이야기

12. 요즘 언론이 필수로 갖춰야 하는 능력, 어그로.

by 시구몽 2024. 1.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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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게시물을 작성하기 위해 뉴스 기사를 검색하며 본 게시물의 제목이다.

 

차승원 '이것' 먹고 10kg 감량했다. 50대 이상도 살빠진다는 음식

 

여러 가지 호기심이 들어 클릭을 했다. 차승원이면 몸짱으로 유명했는데 10킬로를 뺐다는 게 의아해 근황이 궁금해서였고, '이것'의 정체가 무엇인지 궁금해서였다.

이 게시물에는 사소한 허점이 하나 있었는데, 10kg 이상을 감량했다고 적시를 해놓고는 81킬로에서 73킬로로 몸무게가 감소했다고 한 것이다. 8킬로가 어떻게 10kg 이상이 될 수 있는 걸까? 해당 게시물은 정식 언론 사이트에 게재된 것이 아닌 게시물이긴 하다. 그러나 정말 사소하지만 이런 식으로 사실을 과장해서 작성하는 기사들이 요즘 너무나도 많다. 그나마 이런 방식은 정확하진 않지만 점잖은 편에 속한다. 참고로 '이것'은 그냥 밥이다. 그중에서도 잡곡밥.

 

이어서 하나의 기사 제목을 더 소개하겠다.

 

자판기 사정없이 털렸다... 日지진현장에 무슨일이

 

최근 일본에 강력한 지진이 있었다. 그로 인해 사람들이 많은 피해를 입었고 현지인들은 다양한 문제에 직면했음을 기사로 접하곤 했다. 해당 기사의 제목만 보면 재해로 인해 사람들이 자판기를 터는 등 무언가 엄청난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것만 같다. 하지만 본문은 지진 이후 봉사의 손길이 이루어지고 있고, 많은 기부와 구호품이 재난 피해자들에게 전달이 되고 있는 내용이 주이며, 제목과 관련해선 주민들이 자판기 업체에 양해를 구하고 자판기를 뜯어 식품을 보급했다는 것을 짧게 언급하고 있을 뿐이다.

굉장히 저급한 방식의 보도라고 생각한다. 정말 가치 있는 뉴스의 취재는 어려워 보이니 본인의 나태함과 형편없는 기자로서의 자질을 숨기기 위해 저런 식으로 '어그로'나 잔뜩 끌 수 있는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제목 뽑는 능력만 늘어간다. 특히 최근 이런 경우는 연예계 기사나 범죄와 관련된 기사에서 매일 접할 수 있을 정도이다. 해당 기사가 게재된 사이트는 과거 대한민국 3대 신문 중 하나가 운영하는 인터넷 뉴스 사이트이다.

 

언론인도 가치판단을 할 수 있는 사람일 뿐이고 어딘가에 휘둘려 갈팡질팡 못할 수도 있다. 권력의 탄압에 의해 밟혀 뭉개질 수도 있고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는 기사를 써 내려갈 수도 있다. 근데 이렇게 쪽팔린 기사는 더 이상 쓰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든다. 한편으론 저런 기사들 밖에 쓰지 않고선 읽어주지 않는 글을 적을 수밖에 없는 사회가 되어버린 것만 같은 생각도 들어 착잡한 마음을 지울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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