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VAGE_사. 배. 지_사례로 배우는 지식」
안녕하세요. 시구몽입니다.
이번 시간에는 '맥거핀'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맥거핀의 모든 것
I. 맥거핀 개요
맥거핀 뜻
맥거핀(Macguffin): 영화 등의 줄거리에서 중요하지 않은 것을 마치 중요한 것처럼 위장해서 관객의 주의를 끄는 일종의 트릭.
이야기의 전개에 사용되는 장치 중 하나로, 이야기에 동기를 부여하고서 구체적으로 설명되지 않은 채 자연스럽게 퇴장하는 장치를 일컫습니다.
맥거핀 세 가지 요소
- 이야기를 시작하거나 진행하게 하는 열쇠로서 기능해야 하며,
- 작가가 의도한 방식에 따라,
- 극 중 다른 요인들에 의해 존재감이 희석된다.
II. 맥거핀 용법
맥거핀은 대부분의 스파이 영화에서 볼 수 있습니다. 스파이가 찾고 있는 대상이죠.
(중략)
보통 '영화상의 인물들은 걱정하지만 관객들은 별 신경 쓰지 않는 것.'이라고 합니다.
앨프리드 히치콕
즉, 스파이 영화가 스파이가 찾는 대상을 구체적으로 관객들에게 설명하지 않으며, 그 대상이 그저 영화의 스토리를 전개하는 용도로만 사용된다면, 그 대상은 맥거핀인 것입니다. 더 이상 역할이 없으면, 작품이 끝날 때까지 재조명되지 않거나 다른 맥거핀에게 배턴을 넘기기도 합니다.
"벽에 걸린 저건 뭔가요?"
"아, 저거요? 맥거핀이라고 합니다."
"맥거핀이라... 어디에 쓰나요?"
"스코틀랜드 북부 산악지대에서 사자를 잡는 데 쓴답니다."
"스코틀랜드에는 사자가 없는데요?
아, 그럼 맥거핀은 아무것도 아닌 거군요."
맥거핀 사용에 대하여 앨프리드 히치콕이 들려준 예시
히치콕이 제시한 위 예시의 요점은 맥거핀이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이 아니라, 아무것도 아닌 소재가 6줄짜리 대화의 주제가 되었다는 점입니다. 즉, '맥거핀'이라는 명칭을 지닌 벽에 걸린 뭔지 모를 도구가 대화를 생성하고 이끌어가는 용도로 작용한 것입니다. 단지 아무것도 아닌 데서 그친다면, 맥거핀이라기보다는 미회수 떡밥에 해당할 것입니다.
맥거핀으로 쓰이는 대상은 생물·사물·관념 등 매우 다양하며, 이야기의 간결함을 위해 통상적으로 하나이며, 많아야 두 개를 넘지 않습니다.
III. 맥거핀 역사
발안자는 앨프리드 히치콕으로, 그의 1940년 작품 《해외 특파원》에서 별 의미 없는 암호명으로 처음 사용되었습니다.
- 히치콕의 영화 중에서 맥거핀 사용의 대표적인 예: 《사이코》의 돈다발
사이코의 초반부에는 마리온이 훔친 돈다발이 이야기의 중요한 동기가 되지만, 돈다발을 가지고 도망친 마리온이 노먼 베이츠의 호텔에서 살해당하고, 돈다발을 찾아 마리온을 찾아온 사립탐정도 살해당한 이후부터 돈다발은 존재의의를 상실합니다.
맥거핀이라는 용어 자체는 비교적 최근에 만들어졌지만, 이러한 장치는 이미 오래전부터 고대 신화나 고전 소설 등 여러 가지 이야기를 풀어가는 데에 사용되어 왔습니다.
- 《아서 왕 전설》의 성배
성배를 회수하겠다는 아서 왕과 원탁의 기사들의 동기로 인해 여정이 시작되고, 여행 과정과 그 후에 일어난 사건들로 인한 갈등이 다음 이야기의 시발점이 됩니다. 현대 문학이었다면, 성배가 신성한 권능을 내려주거나 나라의 존속을 도와줄 것이지만, 이 전설에서 성배 탐색은 종교적인 열망에 의한 것이었지 개인적인 물욕에 의한 것이 아니기에, 성배는 인물들을 움직이는 동기 이상의 용도를 지니지 않습니다. - 《트로이 전쟁》의 불화의 여신 에리스가 남긴 황금사과
이 황금사과를 얻기 위해 세 여신들이 경쟁하고 파리스가 아프로디테를 선택하자, 스파르타의 왕녀 헬레네가 파리스에게 시집가는데, 결국 헬레네는 스파르타의 왕녀에다 이미 유부녀인 관계로 트로이 전쟁이 발발합니다. 이 황금사과는 이후에 언급되지도 않습니다. - 에드거 앨런 포의 《오귀스트 뒤팽 시리즈》 중 도둑맞은 편지
정확히는 편지의 내용이 맥거핀으로, 이 내용은 그것이 들키는 순간 엄청난 정치적 파동을 가져올 것이라고 이야기되지만, 정작 편지의 내용은 주인공에게도 독자에게도 전혀 공개되지 않습니다.
현대 창작물에서의 사례 중 맥거핀의 가장 유명하고 정석적인 사례로 꼽히는 것은 《미션 임파서블 3》의 토끼발입니다. 주역과 악역은 궁극의 무기라고 알려진 토끼발을 손에 넣어야 한다는 동기를 부여받고 싸웁니다. 그런데 정작 관객에게는 토끼발이 무엇인지 구체적인 정보를 더 이상 제공하지 않고, 실물도 화면에 잠시 스쳐 지나갈 뿐 더 이상 등장하지 않는 등 관객들의 관심에서 멀어지도록 의도했습니다.
좀 더 최근의 사례로는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에서 등장하는 소코비아 협정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주역들이 초반에 의견차를 보이는 원인이 되고, 이 의견차와 그에 따른 결과로 버키의 등장이라는 새로운 사건이 등장하자 의견차가 생긴 파벌이 서로 격돌하면서 소코비아 협정은 더 이상 중요한 소재로 활용되지 않고 그대로 자연스럽게 퇴장합니다.
IV. 맥거핀에 대한 오해
사소한 설정이나 오마주·패러디 요소 등 작품 외 설정을 알아야만 이해가 가는 설정들은 맥거핀이 아닙니다. 장기연재물의 경우, 초반에 투척된 떡밥이 한참 뒤에 극적으로 활용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렇게 회수되기 전까지 존재감이 없어진 상태로 있는 요소 또한 맥거핀이 아닙니다. 또한, 컷을 의도적으로 배치하거나 여타 장치를 통해 독자들에게만 감추는 경우도 맥거핀이 아닙니다.
다음은 맥거핀으로 쉽게 오인되는 장치들입니다.
- 기믹: 설정상 존재하긴 하지만, 극의 진행에 불필요하여 '그런 게 있다' 정도로 설명하고 말거나 극히 일부분만 등장하는 요소. 이야기 진행에 불필요하기 때문에 맥거핀이 아닙니다.
- 미회수 떡밥: 작중 중요한 것으로 추정되지만 마지막까지 스토리에 영향을 끼치지 못하며 그 정체가 드러나지도 않는 것. 처음부터 제대로 등장하지도 않았고 마지막까지도 정체를 알 수 없게 되었으므로, 맥거핀이라고 볼 수 없습니다.
- 열린 결말: 주인공이 마지막 싸움에서 살아남았는지 아닌지를 밝히지 않는 엔딩을 두고 맥거핀으로 칭하는 경우도 있으나, 이것 역시 '열린 결말'이라는 별도의 장치일 뿐 맥거핀과는 거리가 멉니다.
- 체호프의 총규칙을 어긴 물건: 체호프의 총규칙이란, 극적 장치를 걸어놨는데 활약할 기회가 나오지 않는다면 처음부터 그 장치를 치워버리라는 것. 맥거핀 사물은 '초반에 등장해서 스토리 시작에 큰 기여를 하지만 나중에 아무래도 상관없는 사물'이며, 체호프의 총규칙을 어긴 물건과 일견 비슷해 보이지만 다릅니다.
- 몇몇 개그성 연출: 가령, 말 많은 악당이 "너는 모르겠지만 내 능력은 너무 강해서..."라 떠벌리는 사이 주인공이 기습공격을 해서 쓰러져 능력이 뭔 지조차 알려지지 않고 퇴장하는 장면의 경우. 이 경우는 극의 스토리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경우가 아니기에 맥거핀이라 볼 수 없습니다.
글을 마치며
맥거핀은 이야기 속에서 독자의 흥미를 끌지만 실제로는 큰 중요성이 없는 요소입니다. 그러나 이 장치는 서사의 진행과 긴장감을 조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영화와 문학에서 맥거핀을 사용함으로써 작가들은 독자와 관객을 더욱 깊이 몰입시키고 예측할 수 없는 전개를 만들어냅니다. 맥거핀의 활용은 스토리텔링의 다양성과 창의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로, 앞으로도 많은 작품에서 그 매력을 발휘할 것입니다.
오늘 포스팅은 여기서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독자 여러분들의 남은 하루가 행복하시길 바라며, 소중한 시간 내어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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