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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행착오/appassionato_열정적인삶

1. 배우 김혜수의 마지막 청룡영화상..

by 시구몽 2023. 11.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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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24일 배우 김혜수가 제44회 청룡영화상을 끝으로 해당 영화제의 진행자로서 여정을 마무리하였다. 대한민국 3대 영화제 가운데서도 가장 권위 있는 영화제라는 평을 받는 청룡영화상에서 수많은 사람들의 찬사를 받고, 공로상 격의 트로피를 받으며 아름답게 마지막 사회를 보았다. 진행자인 동시에 무려 여우주연상의 후보에도 오르기도 했다.
 
김혜수는 1993년 만 22살이란 어린 나이로 시작해 2023년까지 한 차례를 제외하고 총 30회의 청룡영화상 진행을 하였다고 한다. 나의 22살을 돌이켜보면 참으로 미숙하고 풋내기인 시절인 것 같은데, 김혜수의 당시 영상을 보면 살짝 긴장한 듯 보이긴 하나 놀라울 정도로 담담하게 진행을 했던 것을 볼 수 있었다.
 
사실 김혜수의 연예계 데뷔 자체는 그보다 훨씬 이른 1986년인데 청룡영화상만 보아도 무려 30여 년간 한 자리를 굳건하고 한결같이 지켰다는 점이 대단하다. 본인의 적성을 일찍 찾아 그 분야에서 특별한 구설수 없이 몸 담고 있었고, 꾸준한 사랑을 받으며 인생을 살아온 것은 나에게 질투란 감정까지 들게 한다. 특히 마지막 진행의 순간까지도 배우로서의 최고의 상 후보자로 이름을 올린 것은 김혜수가 얼마나 거대한 열정을 가지고 배우란 직업에 임하고 있는지 느껴지기도 하였다. 나 역시 꾸준히 하는 무언가는 있지만 전문성을 가지고 그 분야의 직업을 가지고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성과를 보임으로 증명을 해내진 못했기에 김혜수 같은 사람을 보면 참으로 부럽기도 하고 내게 주어진 시간에 대한 동력을 얻기도 한다.
 
흔히 김혜수라 하면 수준 높은 연기력, 아름다운 외모, 우월한 신체 조건 등을 들곤 하는데 물론 전성기의 여배우들에 절대 뒤지지 않을 정도로 여전히 남성들을 설레게 하는 매력이 있는 배우임은 틀림없다. 그런데 그런 요소들만큼 혹은 그 이상으로 독보적인 김혜수만의 특기가 하나 있는데 그것은 바로 진행과 인터뷰 등에서의 그녀의 언변이다.
 
종종 접했던 연예계 관련 기사를 보면 무례하고 무리한 진행, 수준이 떨어지는 진행을 하였던 인물들도 있었다. 나보다 서열이 낮거나 외관상 약해 보이는 상대의 단점과 약점을 들추는 식의 진행은 원초적이기에 어쩌면 누군가의 웃음을 자아낼 수도 있겠지만 누군가의 인상을 찌푸리게 만들기도 한다. 그러나 김혜수의 진행은 아주 많이 달랐다. 억울한 일과 슬픈 일을 당한 동료에게는 따뜻한 위로를, 동료들의 루머 내지는 구설수에는 가급적 언급을 피하였고 피치 못하게 해당 내용을 다루게 되더라도 상대의 기분이 상하지 않도록 완곡하고 센스 있는 말들로 넘어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표현이 서툴러 주변인들의 경사에도 진심 어린 축하를 건네기 어색한 나에겐 참 그 모습이 멋있게만 느껴졌다.
 
사람의 근육 중 가장 간사하여 조심히 다루어야 되는 근육이 혀라고 하는데, 김혜수는 연기에 사용되는 외모와 표정 및 신체를 아주 잘 활용할뿐더러, 진행과 그 외 인터뷰 등을 할 때 그녀의 혀에서 나오는 언어들을 듣고 있자면 지혜롭다는 느낌마저 준다. 김혜수는 인터뷰를 할 때도 90년대부터 남성에 비해 다소 수동적이고 정해진 틀 안에 있는 여성에서 벗어나 언제나 당당한 말을 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살면서 목소리를 반드시 내야 할 때는 권위, 통념에 맞서 내야 할 때도 있는데, 대개 이럴 때는 불이익이 존재한다. 그러나 김혜수가 올곧게 걸어온 지난 행보는 종종 그녀의 소신 있는 발언에 대한 불이익조차도 어느 정도 상쇄를 시켜주는 것만 같다.
 
김혜수의 이번 청룡영화상 진행 역시 부정적인 것들을 긍정적인 것들로 채워지는 느낌을 받았는데 분명 이건 들뜬 마음이 가득한 연말 분위기에 휩쓸렸기 때문만이 아닌 이전부터 이어진 그녀만의 독보적인 화술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선한 영향력을 동료 연예인들에게까지 미칠 수 있는 사람이었기에 마지막 사회의 자리에서 내려올 때도 많은 존중과 존경을 받을 수 있지 않았을까?
 
인간 자체가 멋진 김혜수란 배우의 작품을 앞으로도 오래 볼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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