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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행착오/넌 사고를 쳐라 난 돈을 벌테니

[카이스트 졸업생 강제 퇴장 사건] 적법 집행인가, 과잉 경호인가?(영상 有)

by 시구몽 2024. 2.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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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시구입니다.
 
카이스트 졸업식에서 윤 대통령에게 고함을 치다 졸업생이 끌려나가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이를 두고 적법한 절차다, 과잉 진압이다 말이 많은데요. 오늘은 이 사건을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축사 도중 항의를 하는 졸업생


[한국과학기술원 학위수여식 학생 강제 퇴장 사건]

I. 카이스트 졸업생 끌려나가다

X에 게시된 영상 캡쳐

2024년 2월 16일, 대전 한국과학기술원(KAIST·카이스트)의 학위 수여식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소리를 지른 한 졸업생이 대통령경호처 요원들에 의해 강제로 퇴장당했습니다.

참석자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카이스트 2024년 학위 수여식장에서 축사하는 중이었는데, 이때 카이스트 졸업생인 녹색정의당 대전시당 신민기 대변인이 윤 대통령이 선 곳을 향해 고성을 질렀습니다.
 

"생색내지 말고 R&D(연구·개발) 예산을 복원하십시오"
"R&D 예산 복구하라, 부자 감세 철회하라"

 
올해 정부 예산에서 과학기술 분야 R&D 예산이 대폭 삭감된 데 대한 항의 메시지로 보입니다.


학위 수여식 현장에 있던 사복 경호원들은 신 대변인의 입을 막고, 팔과 다리를 들어 졸업식장 밖으로 끌고 나갔습니다. 이후 신 대변인은 경찰에 인계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대통령실은 대변인실 명의 입장문에서
 
"윤 대통령이 오늘 오후 참석한 카이스트 학위 수여식에서 소란이 있었다"
"대통령경호처는 경호 구역 내에서의 경호 안전 확보 및 행사장 질서 확립을 위해 소란 행위자를 분리 조치했다"
"이는 법과 규정, 경호원칙에 따른 불가피한 조치였다"
 
라고 강조했습니다. 신 대변인이 의도적으로 경호 검색을 피해 천으로 된 정치 슬로건을 숨겨 현장에 들어왔고, 경호처의 구두 경고에도 불응했다는 것이 대통령실의 설명입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과잉 경호 논란과 관련해
 
"대통령은 바쁜 일정에도 특별히 과학기술계를 독려하고 축하하기 위해 학위 수여식에 간 것"
"순수한 행사마저 정략적으로 이용하는 것은 개탄스러운 일"
"진보당, 녹색정의당 등 이념을 가진 정당이 특정한 정치적 목적을 갖고 하는 것 같은데, 순수한 자리를 정치로 얼룩지게 하면 안 된다"
"경호법 등 관련 법규상 뿐만 아니라 카이스트 대학 측에도 졸업식 행사의 업무 방해이고, 대통령 축사라는 공적 업무를 방해한 현행범이기 때문에 규정에 따라 적법한 법 집행을 한 것"
 
이라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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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I. 사건에 대한 여·야의 반응들

  • 여권의 반응

- 김민수 국민의힘 대변인
"대통령이 참석하는 행사에 소란을 유도하는 정치적인 행위가 반복되고 있다"
"정당한 의사표시와 선동적이고 고의적인 행사 방해 행위는 명백히 구분되어야 한다"
"대통령이 참석하는 행사는 한 개인이나 한 단체의 정치적 이익을 구현하는 정치 선동의 장이 아니다"
 
- 정희용 국민의힘 원내대변인
"학생들이 축하받아야 할 학위 수여식에서 정치적 목적을 가지고 행사 진행을 의도적으로 방해하는 행위마저 민주당은 비호하려는 것이냐"
"민주당은 공당으로서 최소한의 품격을 보여주길 바란다"
 

  • 야권의 반응

- 이재명 민주당 대표
"대통령은 사과하십시오."
 
- 전용기 의원
"대통령실이 결국 선을 넘었다."
"이제는 국민까지 무력으로 탄압하고 나섰다. 서울의 봄 현대판을 보는 것 같다."
"더 이상 참을 수 없다."
 
- 박주민 의원
"국민이든 누구든 간에 일단 듣기 싫은 말만 들렸다 하면 입부터 막고 끌어내는, 이게 정말 자유민주주의국가 대통령입니까?"
 
- 녹색정의당
즉각적인 비판 논평을 내며, 신 씨가 대전시당 대변인이었음을 밝혔습니다.
"대통령은 무슨 권리로 졸업식에 참석한 졸업생을 폭력적으로 졸업식장에서 쫓아내고 복귀도 못 하게 감금한 것인지 대답하라"
"학생마저 폭압적으로 끌어낸 대통령, 좌시하지 않겠다"


III. 적법 집행인가 과잉 경호인가

자, 그럼 이번 사건이 과연 적법한 절차에 따른 집행인지, 아니면 무리한 과잉 경호인지를 따져 볼 필요가 있겠는데요.
 
해당 사건의 영상을 보면 소리를 지르는 신민기 대변인의 입을 막고, 졸업 가운을 입고 있는 경호원으로 추정되는 사람들이 그의 사지를 들고나가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요.
 
일단 이번 사건과 비슷한 일이 벌어졌을 때, 입을 막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 정도가 있습니다. 먼저, 근본적으로 큰 소리로 인한 대통령의 행사 자체에 차질이 가지 않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다음으로, 만약 집단행동의 사전 모의가 있었다면, 소리 외치는 자가 집단행동의 시작을 알리는 말을 하기 전에 입을 막아 돌발적인 집단행동을 방지하기 위함입니다.

또한 졸업 가운을 입고 위장을 하고 있는 경호원의 모습 역시 지극히 일반적이며 당연한 경호 방법에 속합니다. 해외에서도 일반적으로 대통령이 대학 졸업식의 축사를 진행할 때 졸업 가운으로 위장한 경호원들이 학생들 사이사이에 위치해 있습니다. 참고로 경호원들이 사이즈가 큰 정장 상의를 입는 이유는 오버핏 트렌드를 따라가는 것이 아닌 위 사진을 통해서 찾아볼 수 있죠.
 

따라서 당시의 대통령 경호원들의 행동은 적법한 직무 수행이라고 볼 수 있겠는데요. 그럼에도 당시 외견상으로 고성 외에 아무런 위험 요인이 없음이 명백함에도 불구하고, 저렇게 실력을 행사했다고 하면 어쩌면 당사자의 신체의 자유 내지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이유로 헌법소원을 제기해 볼 수는 있겠습니다만, 글쎄요. 인용이 될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대통령경호법 제5조 제3항에 따르면, "... 경호업무를 지원하는 사람은 경호 목적상 불가피하다고 인정되는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만 경호구역에서 질서유지, 교통관리, 검문ㆍ검색, 출입통제, 위험물 탐지 및 안전조치 등 위해 방지에 필요한 안전 활동을 할 수 있다."라고 적시하고 있습니다.
 
당시의 경호원들이 신 대변인을 끌고 나간 것까지는 위 조문의 '필요한 안전 활동'에 속한다고 할 수 있겠지만, 이후 경찰서에 연행이 되어 조사를 받는 것은 또 별개의 문제입니다. 조사가 끝나고 이미 풀려났거나, 조만간 풀려나긴 하겠습니다만, 그 과정에서의 적법절차 문제는 해당 사건과는 관련이 없겠지요.
 
다만, 피켓을 사전에 준비했다는 점이 논란이 된다고 하나, 대통령에게 위해를 가할 목적이 아닌 것이 명백히 밝혀진다면, 이 사건과 연관된 여권의 목소리에 힘을 조금 실어 주는 것 외에는 별 의미는 없을 것 같습니다.


최근 정치인을 향한 테러가 몇 차례 있었습니다. 그런 이유로 대통령경호처 역시 보안 경호 절차에 보다 신경을 쓰고 있을 수밖에 없을 텐데요. 그러한 과정 속에서 오늘과 같은 사건으로 이어진 것 같지만, 사실 경호공무원들의 입장에선 당연한 직무를 수행한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저러한 과정 속에서 사건이 사고로 이어지게 된다면 신 대변인 주변에 위치해 있던 일선의 공무원은 그 책임을 피해 갈 수 없을 것이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R&D 예산은 삭감하면서 해당 분야의 중심에 있는 카이스트의 졸업식에 가 축사를 진행하는 윤석열의 모습은 이율배반적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이 사건을 비판하는 여론 중 '과학 대통령이니 뭐니 하면서 관련 예산은 다 빼가면서 카이스트에 와서 축사를 하는 것이 코미디'이라는 입장도 있는데요.
 
이런 행동은 과학 연구에 종사할, 그리고 종사하고 있는 분들의 시선에서는 기만으로 보이기까지 할 것 같습니다. 최근 이와 관련해 윤석열을 과학 대통령이 아닌 개그 대통령, 농락 대통령이라고 부른다고 합니다. 대체 삭감한 R&D의 예산은 어디에다 쓰려고 하는 것일까요?
 
오늘 포스팅은 여기서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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