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시구입니다.
얼마 전 알렉세이 나발니에 대한 포스팅을 했었는데요. 유감스럽게도 그 당시 이미 그는 사망한 상황이었죠. 그의 가족들은 어쩌면 나발니의 시신조차 인계받지 못할 뻔했는데요. 다행히 현재는 장례식까지 무사히 치른 상태라고 합니다.
오늘은 알렉세이 나발니의 마지막 발자취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고자 합니다.
[알렉세이 나발니 "절대 포기하지 말라"]
I. 알렉세이 나발니, 영원히 잠들다.
알렉세이 나발니가 사망한 지 2주 만에 지지자 수천 명의 추모 속에 영면했습니다. 그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정적'으로 꼽힌 러시아 반정부 운동가였는데요.
현지시간으로 2024년 3월 1일, 나발니의 장례식은 그가 생전 살았던 모스크바 남동부 마리노의 우톨리 모야 페찰리(내 슬픔을 위로하소서) 교회에서 진행되습니다. 나발니가 땅에 묻힐 때는 평소 그가 좋아했던 영화 터미네이터의 배경음악과 프랭크 시나트라의 'my way'가 흘렀습니다.
아래는 my way의 가사를 번역한 내용입니다.
이제 끝이 다가오네. 난 내 인생의 마지막 장을 마주하고 있네. 내 친구여, 분명히 말해둘 게 있네. 확신을 가지고 내 이야기를 풀어주겠네. 난 충만한 인생을 살았고, 갈 수 있는 모든 길을 가보았다네. 그러나 그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난 나만의 길을 걸었다는 것이네.
후회라, 몇 번 있었지. 하지만 그렇게 대단한 건 아니었네. 나는 내가 했어야 할 일을 했고, 예외라곤 없이 끝까지 해나갔지. 나는 내가 가야 할 길을 그려나갔고, 그 길을 신중히 걸어왔다네. 그러나 그 무엇보다도 중요한 점은 난 나만의 길을 걸어왔다는 것이네.
그래, 그럴 때도 있었지. 자네도 물론 알고 있을 거야. 감당하기 힘든 일들이 있었을 때, 그 모든 일들을 겪으며, 의심이 들기도 했지만, 난 결국 해내었지. 난 당당히 받아들였고, 모두 버텨냈지. 그리고 나만의 길로 걸어갔다네.
난 사랑도 했고, 웃고 울기도 했다네. 충만감도, 상실감도 겪었지. 그런데 이제 눈물이 가라앉고 보니, 이 모든 게 즐거웠다고 느껴지네. 내가 그런 일을 다 해냈다고 생각하니 말일세. 그리고 이렇게 말할 수도 있겠지. 부끄러운 점 하나 없이 말이네.
"오, 아니, 난 아니야. 난 나만의 길로 걸어왔다네"
(후략)
한편, 나발니의 장례식에는 추모객이 수천 명이 모였으며, 인터넷으로 생중계된 그의 장례식은 적어도 40만 명 이상이 지켜봤다고 합니다. 그러나 정작 나발니의 아내인 율리아 나발나야와 자녀들은 현장에서 경찰에 체포될 상황 등을 우려해 해외에 체류 중이라 장례식에 참석하지도 못했습니다.
러시아 당국의 철저한 감시 속에서 장례 예배가 진행되었고, 추모 행렬은 밤까지도 계속되었지만, 그 와중에 무장 경찰들에 의해 추모객 약 70명이 체포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II. 알렉세이 나발니의 유언과 죽음을 둘러싼 의혹
알렉세이 나발니의 유언
2022년 상영한 장편 다큐멘터리 '나발니'의 서두에서 감독이 알렉세이 나발니에게 질문을 던집니다.
"만약 당신이 살해당한다면, 러시아 국민에게 어떤 메시지를 남기고 싶은가?"
나발니는 이 질문에 다음과 같이 대답합니다.
"그들이 나를 죽이려 한다면 그건 우리가 엄청나게 강하다는 걸 의미하는 것이다. 절대 포기하지 말라"
마치 죽음을 예견한 듯한 나발니의 말은 현재 재조명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후에 실제로 그가 유언을 남겼는지는 알 수 없으나, 그렇지 않다면 이것이 그의 유언이 된 셈이라고 할 수 있죠.
알렉세이 나발니의 죽음을 둘러싼 의혹
러시아 정부는 나발니의 사인이 혈전으로 인한 자연사라고 밝혔으나, 그의 죽음에는 여러 의혹이 있습니다. 죽음 직후 얼마간 나발니의 시신이 사라졌다던가, 시신에서 멍 자국이 발견 됐다던가, FSB(연방보안국) 관계자들이 보안 카메라와 도청 장치를 끊고 해체하기 위해 방문했다던가 등의 의혹들이요. 심지어 나발니의 사인이 KGB(구 소련의 국가보안위원회)의 암살 수법에 의한 것이란 주장도 제기됩니다.
* 혈전: 혈관 속에서 피가 응고되어 굳어진 덩어리, 뇌졸중의 원인이 되는 경우가 많음.
하지만 현지 시간으로 2월 25일, 우크라이나의 국방부 정보국 국장인 키릴로 부다노우가 "나발니가 혈전으로 인해 사망했음을 어느 정도 확인하였다"라고 말합니다. 이는 러시아 정부의 주장을 인정한 것이 됩니다.
* 참고로 키릴로 부다노우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면침공을 예상했던 인물로, 전쟁 발발 뒤 러시아에 대한 각종 비밀 작전을 진두지휘하였음.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러시아에 유리한 증언을 할 이유는 없음.
III. 해외 각국 정부의 반응
- 오스트레일리아
앤서니 앨버니지 총리 "나발니의 비극적인 죽음을 추모한다"
페니 웡 외교부 장관 "나발니의 푸틴의 억압적인 독재에 영웅적인 저항은 전 세계를 감동시켰다"
오스트레일리아 정부 "러시아 정부가 (나발니의 죽음에) 유일한 책임이 있다" - 벨기에
알렉산더르 더크로 총리 "나발니의 죽음이 러시아의 침공에 대항해 우크라이나에 지원을 계속해야 하는 이유를 보여준다" - 중국
마오닝 외교부 대변인 "러시아 국내 문제이다" - 프랑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 "알렉세이 나발니를 기억하며 그의 헌신과 용기에 경의를 표한다" - 조지아
살로메 주라비슈빌리 대통령 "모든 민주주의와 인권의 수호자들에게 비극" - 독일
올라프 숄츠 총리 "매우 슬픈 일이며, 나발니가 용기의 대가를 목숨으로 치렀다" - 그리스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총리 "나발니가 민주주의를 위해 강력히 투쟁했으며, 가족들에게 애도를 표한다" - 이탈리아
조르자 멜로니 총리 "진심 어린 애도를 표하며 이 충격적인 사건에 대해 완전한 진상이 밝혀지기를 희망한다" - 라트비아
에드가르스 린케비치 대통령 "나발니가 크렘린에 의해 잔인하게 살해당했다. 그것은 사실이며 러시아 현 정권의 실체에 대해 알아야 할 사항" - 네덜란드
마르크 뤼터 총리 "나발니가 민주주의의 가치와 반부패를 위해 싸웠으며, 가장 가혹하고 비인간적인 환경에 갇혀 있는 동안 죽음과의 사투를 치렀다" - 노르웨이
에스펜 바르트 아이데 외교부 장관 "러시아 정부에게 책임이 있다" - 폴란드
도날트 투스크 총리 "알렉세이, 우리는 당신을 절대 잊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절대 그들을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 스웨덴
울프 크리스테르손 총리 "러시아 당국과 푸틴 대통령은 나발니의 죽음에 대해 책임이 있다" - 우크라이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 "나발니의 죽음에 대해 푸틴이 책임져야 한다" - 영국
리시 수낵 총리 "나발니가 평생에 걸쳐서 놀라운 용기를 보여줬으며, 그의 죽음은 끔찍한 소식"
데이비드 캐머런 외무 장관 "우리는 푸틴에게 이 일에 대한 책임이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영국 정부 "나발니의 죽음에 대해 러시아 정부가 모든 책임이 있다"
글을 마치며
알렉세이 나발니의 장례는 러시아 정부의 압박에 치러질 수 없을 뻔하였으나, 다행히 잘 끝이 난 것 같습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체포된 사람들이 참 걱정되네요. 게다가 나발니의 아내 율리야 나발나야는 남편의 뜻을 계승하겠다고 밝혔으며, 푸틴을 아주 강하게 비판하였다고 합니다.
이를 두고 이제 율리아가 반 푸틴 운동의 새로운 구심점이 되었다고들 말하는데요. 일각에서는 당연한 얘기지만 율리아의 신변에 대해 위험이 생길 수 있으니 이를 보호하기 위해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라 말합니다.
나발니는 서방과 러시아 정부와의 협상을 통해 교환 석방으로 나오기 직전 사망했다는 안타까운 얘기도 전해졌는데요. 그의 죽음을 둘러싼 모든 의혹이 해소되려면 아마도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상으로 오늘 포스팅을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소중한 시간 내어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래 링크의 포스팅에는 알렉세이 나발니의 생애와 그의 사망 의혹에 대한 보다 자세한 내용을 담겨 있습니다.
'시행착오 > appassionato_열정적인삶' 카테고리의 다른 글
채상병 사건 수사 외압 논란|박정훈 대령|'정의 택한 군인', '정의군인', '정의로운 군인' (0) | 2024.07.25 |
---|---|
박정훈 대령|프로필, 생애, 어록 총정리|채상병 사건 (1) | 2024.07.04 |
[알렉세이 나발니 ①부] 푸틴의 정적 나발니의 생애, 사망 의혹 총 정리 (2) | 2024.02.25 |
[일론 머스크] 또 사고 쳤다?! 생각 만으로 마우스 조작 가능케 하다!!/ 일론 머스크의 생애, 업적 총 정리 요약 (2) | 2024.02.25 |
[서경덕 교수] 역사왜곡하는 일본, 중국 담당 일진!! (0) | 2024.02.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