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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행착오/SAVAGE 사례로 배우는 지식

[영호남 지역갈등·지역감정] 경상도와 전라도는 같은 민족인데 왜 싸워?! 영호남 지역갈등 뜻, 기원, 시작

by 시구몽 2024. 3.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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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VAGE_사. 배. 지_사례로 배우는 지식

 
안녕하세요. 시구입니다.
 
오늘은 '영호남 지역갈등'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지역갈등은 어디서, 왜 시작됐을까?

[영호남 지역갈등]

개요

먼저 지역갈등과 지역감정의 사전적 정의는 다음과 같습니다.
 

지역갈등: 둘 이상의 지역에서
정치적, 경제적, 문화적 이해관계가
상충되는 현상.

 

지역감정: 일정한 지역에 살고 있거나
그 지역 출신의 사람들에게 가지는
좋지 않은 생각이나 편견.
사이버에서도 서로를 비하하는 영호남 네티즌들

즉, 대한민국의 지역갈등 및 지역감정은 대한민국에서 발생하는 지역적인 갈등 및 감정 대립을 의미하는데요. 보통 그 형태가 영남 지방 사람들과 호남 지방 사람들의 갈등으로 나타납니다. 또한 대부분의 유권자들이 지역주의에 이끌려서 투표하는 경향이 있으며, 이 때문에 영호남 지역갈등 및 지역감정을 '망국적인 고질병'이라 표현하기도 합니다.




I. 영호남 지역갈등·지역감정 뜻

이제 편의상 영호남 지역갈등으로 통일하도록 하겠습니다.
 
영호남 지역갈등이란 문자 그대로 '영남 지역과 호남 지역 간의 갈등'입니다. 다른 지역갈등이 대개 문화, 민족, 종교, 언어 등으로 말미암아 나타나는 것과 달리 영호남 지역갈등은 정치적 목적으로 생성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영남과 호남이 가리키는 지역은 다음과 같습니다.

영남: 조령(현재의 문경새재)의 남쪽인 경상도.
호남: 호강(현재의 금강)의 남쪽인 전라도.

II. 영호남 지역갈등의 시작

영호남 지역갈등의 시작이 어디서부터 인지는 다양한 설이 있지만, 본 포스팅에서는 다수설을 중심으로 작성하겠습니다. 다수설은 영호남 지역갈등이 1970년대, 좀 더 정확히는 7대 대통령 선거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되어 지금까지 내려왔다는 주장입니다. 먼저 1963년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겠습니다.




1963년 제5대 대통령 선거

제5대 대선 전, 지역과 관련된 발언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10월 9일, 대선 후보로 출마한 박정희가 경상도를 방문한 당시 찬조연설자,
"경상도 사람 좀 대통령으로 뽑아보자"
 
9월 10일, 대구고등보통학교 수성천변 유세에서 찬조연설로 나온 이효상,
"박정희는 신라 임금의 자랑스러운 후손이며, 이제 대통령으로 뽑아 이 고장 사람으로 천년만년의 임금님으로 모시자"

* 이효상: 제6, 7대 국회의장, 박정희 생전에 사실상 그의 정치적 은사 노릇을 한 인물.

 
대선 결과를 보면, 이러한 발언들은 '우리 지역도 대통령 한 번 내보자'는 식에 불과할 뿐, 아직 지역갈등을 본격적으로 유발했다고 보기는 힘듭니다.

* 호남에서 박정희의 지지가 50% 이상 나왔으며, 제주에서는 박정희에게 70%가 넘게 투표.


1964년 호남소외론이 제기

최근까지도 민주당에서 공격 수단으로 쓰는 호남소외론

호남소외론은 민주당계 정당에 있어서 하나의 당론이 됩니다. 한편, 이것은 지역갈등 조장이 아니라, 그 당시 정치경제적 자원배분에 있어 호남이 소외되었기에, '호남도 좀 챙겨달라'는 발언에 가깝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제한된 재원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분배하면서 생긴 불균형 개발로 고속도로 인프라가 영남에 더 치우쳐 있었는데요. 영남권 고속도로를 먼저 뚫은 건 서울-부산-일본을 잇는 수출 경제가 한국의 경제 개발과 산업 역량 발전에 있어 급선무였기 때문입니다.

*  참고로, 현재 고속도로의 밀도가 제일 낮은 지방은 강원도와 경북 북부.


1967년 제6대 대통령 선거

윤보선을 대표로 삼은 신민당은 '호남 푸대접론'으로 공화당 정부를 공격합니다. 당시,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이 성공하며 점차 경제 성장이 이루어졌으나, 영농지역인 호남권이 영남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제 성장의 과실을 많이 얻지 못한 상황이었기 때문입니다.
 
이에 박정희는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호남 푸대접론은 정부와 국민을 이간시키는 행위"
"이 나라가 잘되려면 여당도 정신 차려야 하지만 우리나라 야당이 그들의 머리를 근대화해야 한다"


1969년 경향신문 보도

10월 13일, 김대중을 비롯한 신민당 의원 6명이 광주 유세에서 표를 얻기 위한 목적으로 '경상도 정권을 타도하자'는 연설을 한 일이 보도되었습니다. 이는 지역감정 호소가 타 지역을 저격하는 최초의 사례라 볼 수 있습니다.




이 보도는 마타도어성 물타기를 한 걸로 의심되는 정황이 있지만, 이는 어떤 정치적 공작이 있었는지 연결고리가 되는 물증이 없어 현재는 음모론이란 반론도 있습니다. 문제의 기사에 난 의원 6인의 발언은 구체적으로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 마타도어: 흑색광고라고도 함. 출처를 밝히지 않거나 근거가 빈약한 혹은 사실무근의 내용들을 만들고 전파하여 상대를 곤경에 처하게 만드는 전략.


1971년 제7대 대통령 선거

제7대 대선 후보자 포스터

1971년은 그야말로 양 지방간에 피 터지는 설전이었습니다. 양쪽에서 지역감정에 호소한 자극적인 발언들은 다음과 같이 언론을 타고 여과 없이 보도되었습니다.
 
4월 1일 중앙일보,
'야당 후보가 이번 선거를 백제와 신라의 싸움이라고 해도 전라도 사람들이 똘똘 뭉쳤으니 우리도 똘똘 뭉치자, 그러면 1백24만 표 이긴다'
 
4월 1일 조선일보,
'호남 사람이 받은 푸대접은 1천2백 년 전부터이다. 서울 가면 구두닦이나 식모는 모두 전라도 사람이며, 남산에서 돌을 던져 차가 맞으면 경상도요, 사람이 맞으면 전라도다'
 
4월 21일 조선일보,
'여러분과 마찬가지로 나도 경상도 농민의 아들로 태어난 서민이다'
 
4월 30일 동아일보,
'경상도 정권하에 전라도는 푸대접받을 수밖에 없다'




III. 영호남 지역갈등의 심화

전두환 정부

1980년에 일어난 5·18 광주 민주화운동으로 인해 지역감정이 심해졌다고 보는 견해도 있습니다.
 
박정희가 총에 맞아 죽은 뒤 전개된 민주화 운동 시기에, 경상남도 합천군 출신인 전두환의 신군부는 5·17 쿠데타를 일으키고 광주 민주화운동을 유혈진압합니다. 이때, 반공주의와 색깔론을 동원해, 신군부가 민주화를 요구한 호남지역 주민들을 친북 반체제세력으로 몰아감으로써 지역감정이 더욱 심화되었다는 것인데요.

 
즉, 광주 민주화 운동 당시 많은 사상자를 본 호남 지역이 정권을 장악한 수뇌부의 기반 지역인 영남 지역에 반감을 가지게 되었단 것입니다.

* 하지만 이런 주장은 다소 무리가 있음. 진짜 큰 문제는 지난 과실을 합리화하기 위해 사실과 무관하게 극단적으로 특정 지역을 깎아내리려고 들고, 근거도 없이 북한군의 광주 암약을 주장하며 왜곡하려는 행태들.


1987년 제13대 대통령 선거

제13대 대선에서도 영호남 지역갈등은 분명하게 드러나 현재까지도 영향력이 남아있습니다.

4자 필승론에 심취해 있던 김대중

당시, 김대중과 김영삼은 후보 단일화 협상 최종 합의에 실패하고 갈라져, 이때를 계기로 서로 간의 갈등으로 격화되었는데요. 특히 김대중은 4자 필승론이라는 지역주의에 근거하는 전략을 채택함으로써 지역갈등이 심해졌습니다. 결국엔 노태우가 대통령에 당선되었고, 김대중과 김영삼은 서로 씻을 수 없는 앙금을 남겼습니다.

* 4자 필승론: 노태우(대구·경북), 김영삼(부산·경남), 김종필(충청), 김대중(호남)이 모두 출마해 각자 자기 지역을 가져가면, 수도권에서 가장 지지율이 높은 후보인 김대중이 당선될 수 있다는 이론.

제13대 대선 결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노태우(대구·경북 기반): 대구 70.7%, 경북 66.4%
김영삼(부산·경남 기반): 노태우 득표율의 절반 수준
김대중(호남 기반): 광주 94.4%, 전남 90.3%, 전북 83.5%

* 이때, 대구·경북지역에서 김대중의 득표율은 3% 미만에 불과했으며, 광주에서 노태우와 김영삼의 득표율은 각각 4.8%, 0.5%에 불과했음.




이 같은 지지 성향은 대선 4개월 후에 치러진 제13대 총선에서도 그대로 드러납니다.


1990년대

초원복집 사건 참가자 명단

이후 1990년, 선거 구도의 한계를 절감한 김영삼이 3당 합당에 합류하고, 그 결과로 전라도와 반 전라도의 구도가 형성되는데요. 이 지형을 적극적으로 확대 재생산하기 위해서 여권에서 일으킨 것이 '초원복집 사건'입니다. 결국, 한국에서의 지역감정은 그 시작이 무엇이든지 간에 정치적 술수에 의하여 크게 증폭되었다 할 수 있습니다.

* 초원복집 사건: 제14대 대선을 1주일 앞둔 1992년 12월 11일, 부산직할시의 초원복국에서 정부 기관장들이 모여서 김영삼을 당선시키기 위해 지역갈등을 부추기고, 김대중, 정주영 등 야당 후보들을 비방하는 내용을 유포시키자는 등의 대화를 나눈 사건.

 
이러한 일련의 과정들의 결과로 1992년 제14대 대선과, 1997년 제15대 대선 모두 영남과 호남의 국민들은 각자가 지지하는 후보자에게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몰표를 하게 됩니다.


2000년대

2002년 제16대 대선에서 노무현 후보자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부·울·경에서 민주당의 득표율이 서서히 상승하기 시작했습니다. ·울·경 한정으로 지역감정이 약화되고 있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또한 2007년 제17대 대선에서는 이명박이 당선되었는데, 호남 지역에서 9% 내외의 득표를 기록함으로써, 지역갈등이 표면적으로 조금이나마 완화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2010년대

제16대 대선부터 시작된 부·울·경 변화의 움직임이 19대 총선, 18대 대선, 20대 총선,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거처 2017년 제19대 대선에서 엄청나게 변하게 됩니다. 호남은 문재인이 압도적인 1위를 했고, 부·울·경 지역 중 부산과 울산은 최소 십만 표 이상 차이로 문재인이 낙승했고, 경남에서는 만여표 차이로 아슬아슬하게 석패함으로써 부·울·경에서 이겼는데요.
 
이는 선거 공식을 뒤엎는 혁명적인 변화였습니다. 대구·경북 지역에서 홍준표가 압도적인 차이로 1위로 이긴 것과는 엄청난 차이를 보였습니다. 최소한 부·울·경의 민심은 다시 중간으로 모였고, 호남 포위 구도에서 대구·경북고립구도로 반전된 것입니다.

하지만 2018년 후반기 이후, 영남권을 중심으로 보수세가 강해지고, 호남권은 민주세가 강해지면서, 다시 영호남 지역주의가 부활하기 시작합니다. 이전과 다른 점은 수도권의 민주당 지지세가 예전보다 훨씬 강하다는 것입니다.

 
2020년 제20대 총선에서는 부산, 울산, 동부 경남에서 민주당이 지더라도 40% 이상 선전했는데요. 그래서 부·울·경에서는 사실상 지역갈등이 무너졌고, 오히려 세대 갈등으로 인해 이러한 결과가 나왔다고 보는 시각도 있었습니다.


IV. 영호남 지역갈등의 극복 가능성

지역갈등을 극복하려는 많은 움직임이 있지만, 그것이 지역갈등이 약해지고 있다고 보는 것은 매우 성급한 일입니다. 아직까지 영남과 호남에서는 정당을 보고 투표하는 경향이 매우 강합니다.
 
심지어 현재에도 정권에 대한 불만이 지역갈등으로 변질되어 재유행되고 있으며, 더더욱 극복하기 어려워지는 추세입니다. 이에 대해선 여론을 주도하는 특정 세력이 있다는 점 등도 원인일 수 있는데요. 이들로 인해 양 지방 간에 혐오와 이에 대해 반작용이 나오면서, 민생과는 관계없는 갈등 구도가 생긴 것이 현재의 상황입니다.

영화 황산벌 포스터

일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더 이상 수습을 못할 정도로 사태를 악화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요. 영화 '황산벌'이나 '위험한 상견례' 등 각종 매체에서도 이와 관련된 블랙코미디를 볼 수 있습니다.




또한, 최순실 게이트를 파헤치는 과정에서 최 씨 무리들이 청와대 뉴미디어실을 통해 일베 같은 극우성향 사이트의 글들을 꾸준히 모니터링 후 확산을 지시했으며, 재단 직원 채용에서 특정 지역 출신 사람 채용을 꺼렸다는 풍문들이 보도되면서, 의도적으로 지역갈등을 주도하는 특정 세력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추측이 어느 정도 현실로 입증되기도 하였습니다.


글을 마치며

2020년대에 치러진 선거들의 결과를 보면, 재유행되고 있는 지역갈등에 세대갈등이 더해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실제로 현재 인터넷 커뮤니티를 돌아다니면, 특정 지역 비하가 놀이처럼 문화화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물론 현재 대한민국에 존재하는 지역갈등들은 외국의 그것처럼 유혈 사태로 번지거나, 극단적으로 분단에 이르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윗대가리들의 정치적 놀음에 의해 발생한 지역갈등에 휘둘리는 것은 결과적으로 놀아나는 본인 스스로에게 피해를 끼치는 일임을 깨달아야 합니다.
 
그런 때가 하루빨리 오길 바라며 본 포스팅을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소중한 시간 내어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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